- ‘날치기’ 비판 감수하며 복지위 넘겼으나 법사위서 통과 불투명
- 민주당 내에서도 통과 불가 판단 내렸으나 강행 처리한 듯
- 여당 관계자 “충분한 논의 없는 법안 처리 시도 매우 의심... 총선 앞둔 정치적 쇼”
더불어민주당이 지역의사제에 이어 공공의대법안을 연이어 단독 강행 처리를 통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과시키며 ‘날치기’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해당 법안들이 법제사법위원회를 넘어 본회의까지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법사위를 넘길만한 후속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둔 야당이 이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실질적인 법안 통과가 아닌 ‘정치적인 쇼’를 위해 강행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2일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 측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안이 이번 국회 임기인 제21대 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두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긴 했으나 민주당에서 할 수 있는 다음 행동은 사실상 없다”며 “국민들이 압도적으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을 바라고 있기는 하지만 여당의 반대로 인해 법사위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날치기 강행처리’라는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안을 복지위 강행 처리했으나 법사위에서 통과시킬만한 카드는 부재한 상황이다.
앞서 올해 초 여야가 간호법과 관련해 극단적으로 대립하자 민주당이 ‘본회의 직회부’ 카드를 꺼내들며 법사위 패싱과 본회의까지 단독처리하는 강수를 둔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엔 그 때와 상황이 다소 다르다. 이번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안은 '이유없이 60일 이내 심사를 마치지 아니했을 때'라는 본회의 직회부 가능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법사위를 건너 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법안들이 법사위에서 상정되어 여야 합의가 이뤄진 뒤에 본회의서 다뤄야 하는 방법밖엔 없는데 여당이 두 법안에 대해 절차적 하자를 지적하고 있어 신속하게 법사위를 통과할 확률은 매우 희박한 상황이다.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 김도읍 위원이 맡고 있다. 민주당 강행으로 처리했던 간호법 역시 법사위에서 일명 ‘법안무덤’이라고도 불리는 2소위로 회부되어 본회의 직회부가 되지 않았더라면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김도읍 법사위원장실 관계자는 “내일 정식으로 두 법안이 법사위로 회부되면 안건 상정 여부를 면밀히 따져볼 것”이라며 “상임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었는지의 부분도 상세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도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인지하고 있으면서 이번 강행 처리가 총선을 앞둔 야당의 정치적 목적의 큰 그림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정부 여당이 ‘의대 정원 확대’라는 지역필수의료 살리기 주요 공약을 먼저 선점하면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국민이 원하는 민생법안 표심 대결에서 다소 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의대정원 문제는 민주당이 여당이었던 2020년 추진했다가 의료계 반발로 실패한 정책을 오히려 여당에게 뺏기는 모양새가 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넘어 한 발 더 나아가는 정책들의 강행 처리 하는 모습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들을 강행처리하게 되면 정부나 국민의힘 측이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할 것이고, 민주당은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는 필수의료 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논리를 통해 오히려 여당이 실효성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가로막는다는 듯한 느낌을 주며 상황을 역전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민주당 고영인 의원은 20일 전체회의에서 "정부여당은 의대정원 규모를 확정하고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안을 논의하자고 하는데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게 전혀 없다. 의지가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의대정원 증원만으론 절대 지역필수의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수도권 인기과에만 몰리는 의사증원은 필요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여당 복지위 관계자는 "최근 민주당 내부에선 의대정원 확대 논의가 여론을 잠식하면서 이를 타개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논의를 지속적으로 해온 것으로 안다. 그 대안이 바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법안"이라며 "날치기를 해서까지 충분한 논의가 되지 않은 법안을 통과시키는 저의가 매우 의심스럽다. 총선을 앞둔 정치적 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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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