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사회, '의대정원 확장 반대' 투쟁 앞장선다

- 결의대회 개최···"필수의료 붕괴, 저수가·정부지원 부족 때문"
- 박명하 회장 "총선용 전략에 불과···사즉생 각오로 막아낼 것"

정부의 무차별한 의대정원 증대에 결사반대하고 있는 서울시 의사들의 결의에 찬 부르짖음이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전해졌다.



5일 오전 서울특별시의사회에서 당산동에 있는 의사회관 5층 대강당에서 제101차 상임이사회를 무사히 마친 뒤 ‘의대정원 증대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를 개최하였다.

해당날 결의대회에서는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과 제35대 상임이사진, 이윤수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박상호 감사, 한동우 각구회장협의회장, 박종환 종로구의사회장, 오동호 중랑구의사회장, 김재필 양천구의사회장, 김선봉 강서구의사회장 등이 참석하였다.

서울시의사회는 지방의료 붕괴와 필수의료 붕괴는 의사 수가 부족해 일어나는 게 아니라 '저수가 체계'와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의료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서울시의사회가 투쟁의 선봉에 나서 강력 저지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지난 12월 17일 혹한의 추위를 뚫고 수많은 회원이 광화문에 모여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한 이후에도 정부는 지속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까지도 의대 정원 확대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어 의료계는 혼란에 빠지고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는 게 박 회장의 진단이다.

박 회장은 "정부가 근거로 삼고 있는 필수 의료 붕괴와 지역의료 살리기는 이미 의대 정원 확대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지적했는데도 계속 추진하는 것은 결국 올해 있을 총선을 목전에 둔 전략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작년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경험을 살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서울시의사회가 단결된 힘으로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모두가 사즉생의 각오로 함께 투쟁한다면 의대 정원 확대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이윤수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도 격려사를 통해 정부에 비과학적이고 불공정한 일방적인 의대정원 확대 추진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이 의장은 "정부는 2025년 입학정원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반영한다고 한다"며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드는데 2배가 넘는 의사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진들이 필수의료 현장을 떠나고 있는데도,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지역의사제, 공공의대법을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며 "의료진의 복귀를 위해 수가 체계 개편과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 완화 등의 정책이 선행돼야 할 뿐만 아니라, 시니어 의료진을 활용하고 군의관(18개월)이나 공보의(37개월) 복무 기간도 단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의장은 "미래의 IT산업의 발달은 일상생활 뿐만 아니라 의료계에도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며 "여러 해결책을 무시한 채 수요조사 결과를 토대로 의사 증원 숫자만을 단순 제시한다면 의사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상호 서울시의사회 감사 역시 격려사를 통해 "정부는 OECD 통계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한국 2.6명, 일본 2.7명, 미국 2.8명으로 꼴지에서 1, 2, 3등을 차지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박 감사는 "우리나라 의사 수가 단순히 숫자로는 적을 수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의료 환경을 봤을 때 의사 수는 절대 부족하지 않다"며 "영유아 사망율 최하, 의료 이용 빈도 수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의사가 부족한데도 어떻게 이런 통계가 나오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포퓰리즘과 언론몰이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빨리 철회하도록 서울시의사회를 주축으로 단결해 혼연일체로 투쟁의 선봉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동우 각구회장협의회장은 투쟁사를 통해 무분별한 의대 정원 확대는 엄청난 의료비 증가와 이로 인한 의료보험 지출 증가는 물론, 이공계가 황폐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한 회장은 "정부는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 낙수 효과로 필수의료 문제가 해결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착각에 빠져있다"며 "우수 인재들이 의대로 몰리면 우리나라 이공계의 황폐화는 물론 우리나라의 미래 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젊은 MZ세대 의사들은 '상식적인 근무 여건과 합리적인 보상이 보장되지 않는 한 가시밭길 같은 험난한 길은 가지 않겠다'며 주당 80시간 근무시간을 68시간으로 줄여달라고 한다"며 "현재의 저수가 의료보험 체계에서는 젊은 의사들의 요구가 해결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의료분쟁에 대한 높은 위험 속에서는 어느 누구도 필수의료에 종사할 수 없는 여건"이라며 "2020년 9월 의정합의체안에 기초해 의대 정원 문제가 합리적으로 협의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25개구 의사회장들도 투쟁사를 통해 정부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박종환 종로구의사회장은 "교육은 100년 대계라고 하는데,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을 펼치려 하고 있다"며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줄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게다가 의사에 대한 기소율이 일본의 46.5배, 독일의 58배, 영국의 89.5배로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는 의사들이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서 필수의료를 하겠냐"고 꼬집었다.

박 회장은 "어떤 정치적인 논리도, 표를 위한 어떤 인기영합적인 정책도 국민의 건강을 대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보건이 무엇보다 최우선이 돼야 한다"며 "근시안적이고 단세포적인 판단에서 벗어나 국민들을 위한 정책을 결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오동호 중랑구의사회장도 "의대 증원이 나라경제를 망치고, 의료체계도 붕괴한다는 것은 다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노조는 정부의 무분별한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입장을 내고 있다"며 "정책 내면에는 거대병원의 인건비 절약과 함께 총선용으로 급조된 것이라 알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앞으로 이 상태로 가게 된다면 필수의료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의료전달체계는 무너질 것"이라며 "정부는 의대 증원 정책을 중단하고 의정협 현장에서 진정성 있게 나서달라. 만약 그렇지 않다면 학생과 전공의들의 반대에 부딪힐 것이고 총선에서도 심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김재필 양천구의사회장의 구호 제창과 맹우재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의 결의문 낭독도 이어졌다. 한편, 이번 결의대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 이후 지역의료기관이 아닌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한 사안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오전 부산 가덕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뒤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김모씨로부터 왼쪽 목 부위를 흉기로 찔렸다. 이 대표는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은 뒤 당일 오후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이윤수 의장은 "이 대표가 피습을 당한 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지만, 지역 의료진을 믿지 못해 119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동했다"며 "민주당이 무슨 생각으로 지역의사제를 하겠다고 본회의에 상정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당 대표는 부산대병원조차 지역의사라고 못 믿으면서 국민에게는 믿으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한동우 각구회장협의회장도 "이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훌륭한 지방 대도시의 응급권역센터를 무시하고 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받았다"며 "말로는 지역의료를 살려야 한다면서도 정작 본인은 무리하게 헬기를 동원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병원 건립보다 농어촌지역마다 헬기를 1대씩 구입하는 것은 어떻겠냐"며 "'내 고향에 의대를 설립해야 한다'는 것이나 '각 지방에 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나 국민을 위하기보다는 정치인의 치적 쌓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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