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은 안 오는데... '전문의 이탈'까지 막아야 하는 대학병원들

- 비수도권 병원들 전공의 정원 추가했지만 인기과에만 몰려
- 지원율보다 낮은 확보율…내과는 추가모집 조차 못해
- 정부 정책으로 인해 더이상 전공의를 뽑지 못하게 돼

전공의들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서 새해를 맞이한 수련병원들의 기운이 떨어졌다. 전공의들의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에 이어서 전문의 이탈까지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1월 중으로 추가모집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 대상조차 되지 못하는 과들도 존재한다. 전공의 추가모집 대상을 정하는 것은 보건복지부의 손에 달려있다.



올해 상반기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전기모집 그 결과,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았으나 결국 확보된 인원은 예상보다 적은 수준이다. 인기과로 지원이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정원 조정의 여파로 인해 비수도권 수련병원 중에는 필수의료 분야 지원자가 예년보다 줄어든 곳들도 생겨났다. 비수도권 인기과 정원도 늘어나면서 지원자가 쏠렸다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전기모집 선발 결과, 수련병원 총 114곳에서 3,356명을 모집했지만 2,792명만 확보했다. 확보율은 83.2%다. 지원자는 정원보다 많은 3,588명이었다. 하지만 이들 중 30% 가까이가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과 피·안·성(피부과·안과·성형외과)에 지원했다. 이들 인기과는 대부분 정원만큼 전공의를 확보했지만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로 대표되는 필수의료 분야는 그렇지 못했다.

복지부는 수도권 전공의 정원을 60%에서 55%로 줄이고 비수도권을 40%에서 45%로 늘린 정책으로 인해 “과목별로 비수도권 선발 레지던트가 증가했다”며 내·외·산·소를 그 사례로 들었다.

하지만 의학계는 전문의 인력 확충을 위해서는 과별로 확보된 전공의 인원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전공의 정원을 조정해 비수도권에서 수련받는 전공의가 늘었어도 전체 전공의 확보율은 낮아진 과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내과다.

내과는 전기모집에서 26개 전문과목 중 가장 많은 622명을 선발했다. 지원자는 657명으로 정원보다 많았다(지원율 105.6%). 하지만 확보한 인원은 593명으로 정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확보율 95.3%). 내과 지원자의 62%가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비수도권 수련병원 중 11곳이 미달된 영향이 컸다.


▲ 자료제공: 대한내과학회

대한내과학회에 따르면 수도권은 배정된 내과 전공의 정원 356명 중 97.5%인 347명을 확보했다. 비수도권은 정원 266명 중 92.5%인 246명(탄력정원 6명 반영)을 확보했다. 충원되지 않은 내과 전공의 총 29명 중 20명이 비수도권에 배정된 정원이며 수도권은 9명이다.

수련병원 15곳이 내과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했으며 이들 중 11곳이 비수도권 소재였다. 전공의 정원 탄력운영제를 적용하지 않으면 비수도권 내과 미충원 인원은 29명이며 수도권은 6명이다. 탄력운영제는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으면 다른 수련병원의 남은 정원을 이용해 뽑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내과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한 비수도권 수련병원 중에는 전년도보다 지원자가 오히려 준 곳도 많았다. 부산대병원은 2023년도 모집에서 내과 전공의 11명 모집에 11명이 지원했지만 2024년도 모집에서는 지원자가 줄어 5명만 확보했다.


제주대병원은 내과 전공의 정원이 5명에서 6명으로 늘었지만 지원자는 4명에서 3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원광대병원도 내과 전공의 정원이 6명에서 8명으로 늘었지만 지원자는 6명에서 5명으로 줄었다. 충북대병원은 2023년도 모집에서는 8명 정원을 모두 채웠지만 2024년도 모집에서는 4명만 확보했다.


▲ 자료제공: 대한내과학회

내과는 오는 15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되는 추가모집 대상도 아니어서 전공의를 더 충원할 방법도 없다. 내과학회 김대중 수련이사(아주대병원)는 “비수도권으로 전공의를 더 배정하려던 정부 정책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수도권이 양보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55대 45로 조정된 정원도 다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2025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50대 50 배정을 강행해서는 안된다. 그건 정말 나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김 이사는 “수도권 수련병원이 입는 피해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현상은 산부인과와 응급의학과에서도 나타난다. 복지부는 비수도권 산부인과 전공의가 전년도에 비해 1명 더 늘었다(27→28명)고 했지만 확보된 전체 전공의 수는 116명으로, 전년도(133명)보다 줄었다. 응급의학과도 2024년도 모집에서 지원율이 78.8%로 떨어지면서 확보한 전공의도 148명(76.7%)으로 감소했다. 소청과와 외과는 전년도보다 지원자가 늘었다. 외과는 전년도보다 26명 증가한 161명을 확보했다. 하지만 지원율보다 확보율이 낮았다. 지원자는 있지만 정원이 ‘사라져’ 뽑지 못한 수련병원이 생긴 탓이다.

2023년도 모집에서 지원율 16.2%로 바닥을 친 소청과는 2024년도 모집에서는 25.7%로 지원율이 올랐다. 확보한 전공의도 54명으로 2023년도 36명보다 18명 더 늘었다. 복지부는 “정부 노력이 일정부분 효과를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착시효과”라며 “지원율이 바닥을 치고 반등을 시작했는지 여부는 후기까지 최종 지원자 절대 숫자가 2023년 53명(후기 지원자 포함) 대비 적어도 50% 이상 증가해 최소 75명 이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조정 효과도 없었다고 했다.

지원자가 없는 기피과만 문제는 아니다. 이번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조정으로 이번 모집에서 전공의를 뽑지 못한 수련병원에서는 전문의 이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수도권 소재 A수련병원은 전공의 정원이 1~2명 배정된 일부 과에서 정부 정책으로 인해 더이상 전공의를 뽑지 못하게 됐다. 그러자 해당 과 전문의 중 일부가 사직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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