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 이후 응급의료 현장서 “나도 헬기 불러 달라” 요구 늘어
- 수도권이나 연고지 병원 전원 요청 늘고 요구 강도도 세져···“의사-환자 신뢰 무너졌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에서 기자회담을 마친후 돌아가던 중 흉기 습격을 받아 응급의료헬기를 통하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이후 의료 현장에서 “나도 서울대학병원으로 보내달라”거나 “응급 헬기를 불러 달라”는 등의 요구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부산대병원으로 최초로 이송된 이 대표가 수술과 입원 치료를 받지 아니하고 헬기를 통하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해 후속 치료를 받은 것에 대해 의료계에선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이 대표가 피습을 당하긴 했지만 중상을 입은 것은 아니었고 부산대병원은 권역외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으로서 이 대표의 응급치료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소 지역 의대, 공공 의대 신설, 지역 의사제 등을 주장해 온 대한민국의 제1 야당 대표가 일반인이라면 요청해도 타기 어려웠을 응급의료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 국가의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스스로 부정했다는 것이다.
당장 응급 의료 현장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부당한 요구를 하는 응급 환자와 가족들이 대폭 늘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의 해당 병원에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대형병원이나 연고지에 있는 병원으로 전원해 달라거나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응급헬기를 불러달라는 등의 요구가 늘어 그렇잖아도 심각한 응급의료 현장의 혼란이 더욱 가중됐다는 것이다.
이형민 응급의학의사회장은 “서울이나 연고지의 병원으로 전원하겠다는 응급 환자나 가족들의 요청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번 사건 이후로 그런 요청이 더욱 늘어났고 요구의 강도도 훨씬 더 강해졌다”며 “예전에는 조건에 어긋나 힘들다고 하면 수긍했는데 이 대표 피습 사건 이후로 그러지 않는 것을 보면 환자와 가족들에게 일종의 분노가 있는 것 같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신뢰가 매우 중요한데 이번 사건으로 인해 그 신뢰가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고 개탄했다.
이번 사건이 논란이 된 후 정치권의 반응은 더욱 논란을 부채질했다. 사건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목은 민감한 부분이라 후유증을 고려해야 한다. (수술을) 잘 하는 곳에서 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 서은숙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번 사건에 대한 비판에 대해 정치적 공격으로 간주하며 “환자를 정신적으로 가장 의지하는 가족들이 있는 서울에서 간호할 수 있도록 부산대병원에서 전원을 요청한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심지어 여당 정치인인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번 특혜 논란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1야당 대표는 국가 의전 서열상 총리급에 해당하는 7번째로, 흉기 피습을 당했다면 본인과 가족의 의사를 존중해서 헬기로 서울 이송도 할 수 있는 문제지 그걸 두고 진영논리로 특혜 시비를 하는 것 자체가 유치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형민 회장은 응급의료는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응급의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돼야 하기 때문에 응급의료에 있어선 의전 서열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는 응급의료체계가 제대로 돌아가 더 많은 중증환자들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응급의료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고 필요할 땐 본인의 판단이 아닌 의료적 필요에 따라 양보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