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놓치고 치료'까지 늦어 사망해 소송 당한 대학병원들

- 서울중앙지법, 3억원 상당의 규모 배상 청구 기각해
- 법원, "당시 환자의 상태나 병원 상황을 보았을 때 진단을 놓치거나 응급치료가 지체했다고 해서 의료진 과실을 인정하는 것은 어렵다"
- 전원을 못한 것과 A씨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대동맥박리 환자가 사망하면서 나란히 소송을 당한 두 곳의 대학병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안 져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에서는 당시에 환자의 상태나 병원의 상황을 보았을 때 진단을 놓쳤거나 응급치료가 지체되었다고 하여 의료진들의 과실을 인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 사진제공 : 게티이미지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에 환자의 유가족이 대학병원 두 곳을 상대로 제기하였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지난 2022년 2월 사망환자 A씨는 반복적인 복부 통증으로 인해 B대학병원과 C대학병원에서 잇따라 진료를 받았지만 대동맥박리로 사망하였다.

A씨가 처음 이송된 B대학병원은 대동맥박리 진단을 하지 못했다. 의료진은 소화불량이나 출혈 또는 천공이 없는 급성 십이지장궤양·역류식도염·위염으로 판단했다. A씨가 고혈압과 뇌출혈 병력이 있어 뇌 CT 검사까지 진행했으나 특별한 소견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화제 투여 후 A씨 증상이 호전되자 퇴원 조치했다.

A씨는 퇴원 후 몇 시간 만에 복통이 재발해 C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C대학병원 의료진은 복부 CT에서 대동맥박리와 심낭삼출이 관찰되자 상급 병원 전원을 결정했다. 그러나 A씨는 전원 대기 중 증상이 악화해 사망했다.

유가족은 두 대학병원 의료진 과실로 환자가 사망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처음 방문한 B대학병원은 대동맥박리 진단을 못했고 C대학병원은 응급수술을 지체하고 전원 조치를 제대로 안 해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유가족은 두 대학병원 의료진이 주의의무와 설명의무를 모두 위반했다면서 손해 배상금 총 3억5,902만4,586원을 요구했다.

법원 판단은 달랐다. B대학병원이 진단을 놓쳤지만 대동맥박리 특성이나 A씨가 호소한 증상을 봤을 때 바로 대동맥박리를 의심하기 어려웠을 거라고 봤다.

재판부는 "대동맥박리는 복통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드물다. 통증 양상도 환자마다 다르다. 사망한 환자는 대동맥박리의 전형적인 통증이 아닌 '결리는 느낌'을 호소했다"며 "통증 위치나 정도 등을 보면 환자 통증 양상만으로 의료진이 대동맥박리를 의심하기 매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씨가 B형 간염과 간경화증을 앓고 있었고 뇌출혈 병력까지 있는 만큼 의료진이 뇌 CT검사를 선택했고 "여기서 별다른 문제가 나오지 않자 대증치료와 소화제 등을 처방했는데 A씨 증상이 완화됐다"면서 "반드시 복부 CT 검사 등을 시행해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후 A씨가 간 C대학병원도 "처음에는 A씨가 호소하는 복통에 따라 복부 장기에서 시작한 질병을 의심했다. 당시 A씨가 호소한 통증 정도도 '0부터 10 중 3'이었다"면서 B대학병원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B대학병원이 응급진료가 아닌 일반 외래 진료로 처치를 지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B대학병원은 응급의료기관이 아닌 응급의료시설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으로 응급진료실을 운영하고 있고 환자가 도착하고 20분 사이에 신경과 진료를 받았다"며 "응급의학과가 없는 B대학병원 의료진으로서는 응급환자 진료를 위해 응급진료실과 외래진료실을 적절히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C대학병원이 응급수술을 지체했고 전원을 마치지 못했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가족은 C대학병원 의료진이 CT 촬영을 지체했고 응급개흉술이나 응급심낭천자술 같은 응급수술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는 상행 대동맥에서 시작된 대동맥박리증이다. 이 경우 상행대동맥치환술 등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 단순개흉술이나 심낭천자술은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니며 응급치료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C대학병원 의료진이) 이런 치료를 해서 대동맥박리 악결과를 막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A씨 상태를 봤을 때 응급심낭천자술로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고 복부 CT검사 결과만으로는 응급심낭천자술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감정 결과도 참작했다. 여기에 "C대학병원은 대동맥박리증 수술을 할 수 없어 상급 병원 전원을 결정했다"며 "병원이 즉시 CT 촬영을 하지 않고 응급심낭천자술 등을 시행하지 않은 게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C대학병원 의료진에게 전원을 하지 않은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환자 가족에게 상급 병원으로 전원해야 한다고 고지했고 여섯 군데에 전원 의뢰를 했다. 다른 병원에서 응답이 없거나 전원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아 전원을 못 한 것을 과실이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설령 과실이라고 해도 사망 당일 의료진이 마지막으로 전원을 의뢰한 시각에서 약 30분 후 A씨가 심정지를 일으켜 CPR을 시작했다. 전원을 못한 것과 A씨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두 대학병원 진료가 유가족이 문제 삼은 설명의무 위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손해 배상할 이유가 없다면서 유가족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