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병원 전공의 상담 공지에…전공의들 "사직서나 빨리 처리해달라"

정부의 대면 상담 지침에 전공의들 냉담한 반응
전공의들 "정부는 우리의 요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해"
사직 의사 굳히는 전공의들, 갈등 해결은 요원한가?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위해 수련병원에 사직한 전공의와의 대면 상담을 요청했지만, 전공의들은 이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전공의들은 상담에 응할 이유가 없다며, 오히려 “빨리 사직서를 처리해달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4일 수련병원에 공문을 발송해, 오는 28일까지 사직한 전공의와의 대면 상담을 진행하고 그 경과를 보고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이 공문은 수련병원장이거나 해당 과목의 과장이 대면 상담을 원칙으로 진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상담의 목적은 전공의 과정 복귀 의사와 향후 진로를 파악하는 것이며, 그 결과를 29일까지 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로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복지부는 공문에서 “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로 인한 수련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며 “진료공백 최소화와 전공의들의 조속한 복귀를 위해 개인별 상담을 실시하여 복귀 의사 등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는 향후 전공의를 위한 정책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복지부의 대면 상담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하루빨리 사직 처리가 되기를 바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전북권 병원에서 수련하다 사직한 전공의 A씨는 26일 “아직 연락은 받지 못했지만, 의사 커뮤니티에서 상담 요청을 받았다는 글을 봤다.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이었다”며 “이런 요청이 매우 불쾌하다. 요청이 와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강행하고 이에 대한 해결 의지도 없이 ‘너희들이 졌으니 슬슬 투항해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빨리 사직 처리해줘서 다른 곳에서 일이라도 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권 대학병원에서 수련했던 전공의 B씨는 정부가 전공의들이 왜 사직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B씨는 “전공의 사직이 집단 사직이 아니라는 점을 정부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현재 정부와 전공의 간의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졌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B씨는 또한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제시한 7대 요구안에 대해 정부는 어떤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상담한다고 해도 병원 측에서 전공의들을 회유할 요소는 없다. 어차피 전공의들은 수련을 마치고 나갈 사람들이다. 최근 경찰 출석 요구를 받은 두 명의 전공의 사건 이후로 복귀를 고려하던 사람들마저 화가 많이 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복지부가 대면 상담 요청 공문을 발송한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처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가 오히려 전공의들의 반발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전공의들은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에 따라 복귀 의사를 밝히기보다는 사직 처리를 신속하게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정부와 전공의 간의 신뢰 회복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공의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요구를 성실히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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