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도약의 기회인가, 통제의 덫인가?

정부 지원의 명암, 전공의 자율성 침해 우려
의료계의 딜레마, 재정 지원과 통제 사이
필수의료 인력 양성, 수련환경 개선의 실현 가능성은?

부가 전공의 수련의 질을 강화하기 위해 수련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는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도입을 제안했으나, 의료계는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전공의 수련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전공의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한외과학회는 지난 25일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 1층 대강당에서 ‘죽어가는 필수의료 중심 외과, 시급한 소생술이 필요하다’를 주제로 ‘2024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외과 교수들은 전공의 수련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우려를 표명했다.

김익용 보험이사(원주세브란스병원)는 “전공의 수련은 근무나 노동보다는 교육에 가깝다. 대부분의 선진국가에서는 전공의 월급의 많은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전공의를 교육보다는 노동자로 생각해 온 것 같다. 그러나 필수의료 전공의 교육을 지원하려는 의지는 보인다”고 말했다.

외과학회는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가 도입될 경우, 외과 전공의 수련에 소요되는 필요재정이 약 357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지난 4월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등을 포함한 의료개혁 5대 재정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학회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

외과학회는 구체적인 비용으로 ▲전공의 근무수당 지원 연간 96억원 ▲지도전문의 1,700명 교육수당 지원 연간 170억원 ▲책임지도전문의 88명 및 부책임지도전문의 20명에 대한 교육수당 지원 연간 48억원 ▲수련병원 지원인력 비용 연간 43억원 등 총 357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전공의 인력 지원뿐만 아니라 수련과정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프로그램 지원비용도 추산했다. 이에 따르면 ▲외과 전공의 술기연수교육 비용 연 4억2,000만원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과 수련환경 평가 비용 연간 3억4,000만원 ▲이러닝 비용 등 총 8억6,0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적인 수련에 필요한 비용만 약 400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김 보험이사는 “정부의 지원을 무조건 100%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 필수의료인 외과로 전공의들이 유입되고, 트레이닝을 잘 받아 우리나라 필수의료를 이끌어 나가는 전공의를 양성할 수 있을지 종합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전공의 수련을 정부가 책임지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관련 의료사고 보상 등에 대한 추가 재정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전공의 수련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건강보험 재정이 아닌 별도 재정을 꾸려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토론에 참석한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위원장인 외과학회 유희철 부회장은 “전공의 관련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 항목이 빠져 있다. 보상이 안 되더라도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을 감경할 수 있는 보험 가입 비용 등이 고려되지 않아 실체 예측 비용보다 조금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부회장은 “이런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를 위해 필요한 재원을 다른 곳에서 가져와야 한다”며, “지금처럼 건강보험 재정 일부에서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를 운영한다면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 부회장은 “비용뿐 아니라 수련의 질적 향상을 위해 인턴은 인턴 관련 전문 수련시스템을 마련하는 협의체가 만들어져야 하고, 26개 전문과목 내에서 전공의 수련의 질적 향상을 위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외과학회도 전공의 수련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국가 재정 지원을 받는다면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전공의 수련비용을 부담하는 제도가 오히려 전공의들을 옥죄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외과학회 신응진 이사장은 “정부에서 전공의 수련에 일부 재정을 지원하면서 전공의 수련을 마친 후 이들을 통제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며, “국가책임제가 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자율권이 박탈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보험이사도 “전공의 수련비용을 모두 받게 될 경우 오히려 전공의들을 옥죄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정부에서 전공의들을 위해 기금을 제공한다면 받아야겠지만, 이런 우려도 있다는 것은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는 전공의 수련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긍정적인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 재정 마련과 운영 방식에 대한 철저한 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공의의 자율성을 보호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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