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ON] '가정용 음식물 처리기(디스포저)' 사용...찬성vs반대

- 가정용 분쇄기(디스포저)의 판매량은 해가 지날수록 증가하는 추세, 이제는 가정에서 필수 가전 중 하나로 자리 잡아
-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을 원천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져

최근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해 주는 가정용 분쇄기, 이른바 '디스포저' 사용에 대해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주방용 오물 분쇄기는 따로 쓰레기를 모아 버리는 수고로움이 적다는 장점 때문에 판매가 급증했으나, 지난 5월 윤준병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하수도법 개정안을 시발점으로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을 원천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 양측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환경부는 만연한 불법 제품으로 인한 수질 오염과 하수도 부담 가중을 막기 위해선 디스포저 전면 금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관련 업계는 불법 제품만 가려내는 게 아니라 아예 관련 산업 자체를 뿌리 뽑는 식의 '막무가내 입법'이 이뤄졌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논란의 '디스포저'. 그러나 치솟는 인기
주방 싱크대 하수구로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한 뒤 분쇄해서 내보내는 가정용 분쇄기(디스포저)의 판매량은 해가 지날수록 증가하는 추세로, 이제는 가정에서 필수 가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 2017년 판매량 : 11만 4587대
- 2020년 판매량 : 17만 511대

따로 쓰레기를 모아 버리는 수고로움이 적다는 점 때문에 해당 제품을 구매하는 손길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광고나 신축 아파트와 연계한 설치 마케팅 등도 인기에 한몫을 하고 있다.


◆ 음식물 분쇄기 특징


특징음식물 찌꺼기를 분쇄해 하수도로 배출하는 제품
사용 범위일명 '디스포저', 가정에서만 사용 가능
법적 근거
하수도법 고시에 근거해 제품 인증을 받아야 함
법적 내용
찌꺼기 80% 이상 회수 규정, 위반 시 벌금
위반 시
법 위반 시 사용자는 과태료, 판매자는 징역·벌금형


◆ 음식물 분쇄기 사용의 적법성
음식물 분쇄기는 1995년 하수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판매·사용이 금지됐다. 그러나 2012년 규제 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제한적으로 판매가 허용된 후 해당 산업은 약 10년간 급속도로 성장해 왔다.

- 누적 인증 제품 수 : 115개
- 관련 업체 : 100곳 이상
- 판매 금지 대상 : 179개


하지만 현행법상 음식물 분쇄기의 판매 근거는 애매한 편이다. 하수도법 제33조 2항에 따른 환경부 고시로 관리하고 있는데, 고시 1조에선 분쇄기 판매·사용을 금지한다면서도 2조 예외 조항을 통해 인증을 받은 경우엔 일반 가정에서 쓸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다만 찌꺼기(고형물) 무게의 80% 이상을 반드시 회수하고 20% 미만만 배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무조건 불법이다.


◆ 논란의 가운데에 선 '음식물 분쇄기'
하지만 최근 들어 논란의 한가운데에 섰다.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하수도법 개정안이 그 시발점이다. 분쇄기 사용 증가로 수질 악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용을 원천 금지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러한 전면 규제 움직임에 업계는 크게 반발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법 개정안은 아예 법령으로 판매 금지를 명시했다. 수출·연구 목적으로만 허용하고 현행 고시의 판매·사용 근거를 없애버리는 게 핵심이다. 다만 법 공포 후 1년간의 유예 기간을 두고, 기존 사용 제품은 계속 쓸 수 있도록 했다.


"주방용 오물 분쇄기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하천 수질 악화 등의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다"(윤준병 의원)


◆ 디스포저, 환경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까?



"업체 입장도 이해하지만, 국민 전체의 편익을 고려해야 한다. 음식물 찌꺼기가 누적되면 하수관로가 막히고, 하수처리장 처리용량을 넘어서고, 비가 오면 그대로 상수원으로 넘어가 오염시킬 수도 있다. 2~3년 새 급격히 분쇄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하수도와 배관 부하가 심각한 상황이다"(환경부)


◆ 해외의 경우는?
지난해 환경부의 '주방용 오물 분쇄기 제도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일부 지역에선 음식물 분쇄기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부분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논란을 거쳐 제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각 지역 상황에 따라 전면 허용·조건부 허용·전면 금지로 나뉘어 있다. 또한 현재 한국처럼 제한적 사용이 가능하나 올해 발의된 하수도법 개정안처럼 사용을 아예 막고 있는 곳도 상당수로 파악되었다.


<국가별 음식물 처리기 허용 여부>

금지독일, 오스트리아, 미국 LA, 호주 시드니, 일본 도쿄 등
제한적 허용스웨덴 스톡홀름, 일본 교토·나가사키, 벨기에 등
전면 허용

미국 웨스트버지니아, 캐나다 밴쿠버, 일본 쿠르베 등






◆ 불법 제품 규제가 선행되어야
"중국·미국 등에서 들어오는 불법 직구 제품 등을 제대로 규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책임 떠넘기기에 정식 인증받은 합법 제품들이 오히려 피해를 받고 있다"


◆ 해외에서는 적극 권장하는 추세
"해외에서는 그냥 내려보내는 음식물 쓰레기를 왜 우리나라는 걸러서 따로 배출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미국과 일본은 디스포저 사용을 특정 조건하에서 권장하고 있다. 땅에 묻으면 오염이 덜 되고, 물로 흘려보내면 오염이 더 된다는 논리인가?"


◆ 산업 자체를 말살해서는 안 돼
"정부가 10년 동안 육성한 산업을 갑자기 없애겠다고 하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업체 종사자 10만 명의 생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판매 반대쪽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여 바꾸려 한다. 불법 제품 단속과 시장 정상화가 우선인데 산업 자체를 없애려고 하는 행정 편의주의적인 처사이다"


◆ 더욱 정밀한 과학적 검증이 필요
"환경부·국토부·과기부 관계부처 합동 실증연구 시범사업을 실시한 '주거단지 내 유기성 폐자원의 활용 촉진을 위한 실증연구'에서도 하수도 및 하수 처리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수설비와 공공하수도 기준이 충족되면 분쇄기를 사용해도 하수관로와 맨홀에서 악취나 퇴적이 발생하지 않고 하수처리장 운영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 제한적 허용이라도 해줘야
"분쇄기 전면 사용을 금지해서는 안 되고 실증연구 시범사업 결과를 활용해 문제가 없는 해당 지역이 분류식 하수관로 지역으로 하수도 시설 기준에 적합한 경우에 한해서라도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또한 음식물 폐기물의 친환경적 처리를 위해 공동주택의 경우 음식물 폐기물을 주방에서 분쇄기로 분쇄, 주방 오수와 함께 지하로 이송 및 고액 분리하고, 고형물은 발효·소멸 처리하는 경우 분쇄기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으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개정이 필요하다"






◆ 아파트 배관 및 하수관로에 악영향
"당장은 쓰기 편해도 10~20년 후에 아파트 배관이나 하수관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인되지 않았다. 지금도 음식물 때문에 관로에 구멍이 뚫리는 경우가 잦은데 시스템이 아예 망가진 뒤엔 누가 책임지겠나. 사용하지 않는 쪽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 하수 시스템 과부하 우려
"한국 특유의 주거 문화와 인구 밀집 구조, 음식물 쓰레기 특성 등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파트(공동주택)와 같은 좁은 지역에 모여 살기 때문에 하수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기 쉽다"


◆ 우리나라 음식물의 특성
"한국의 음식물 특성상 기름기가 많이 섞여 있고 염분, 수분도 많다. 이런 게 쌓이면 하수관로가 막히게 되니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외국에서 쓰니까 한국에서 사용해도 괜찮다는 논리는 위험하다"


◆ 노후한 국내 하수처리시설
"환경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하수처리장 665곳(6개월 이상 운영) 중 20년 된 시설이 159곳(24%)에 달한다. 15년 이상 된 시설도 282곳(42%)이다. 하수처리장의 개·보수가 대폭 필요한 셈이다. 또한 하수 관리 체계가 음식물 처리에 맞춰 설계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 국내 지자체 83%는 하수도 설치 시 음식물 폐기물 반입을 고려하지 않았다"


◆ 다른 주민과의 형평성 측면
"정부에서 제품을 인증받아도 정작 가정집 설치 과정에서 고시를 지키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를 100% 흘려보내도록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사서 배출 부담금을 내는 다른 주민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전면 금지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