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ON] 원격의료 전면 허용..찬성 vs 반대

- 찬성 :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
- 반대 : 의사들은 대형병원에 들어가서 텔레마케터처럼 일하게 되다 결국 1차 의료 시스템이 망가지고 병원은 공장처럼 돌아가게 될 것

최근 병상 부족 사태로 재택 치료가 확대된 가운데 의료계 안팎에서는 비대면 진료(원격의료) 합법화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20년간 논의만 반복했던 원격의료 전면 도입이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처럼 지난 20년째 공회전을 이어오고 있는 원격의료...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속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됨에 따라 이제는 더이상 외면만 하지말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며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 원격의료 현 상황
그동안 의료계는 원격의료에 대해 원천적으로 강력히 반대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의료계 내부에서도 원격의료 도입이 '시대적 흐름'이라는 판단하에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데 조금씩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원격의료는 의사-의료인 간에게만 허용되고, 의사-환자 간 진단·처방 등의 의료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회가 지난해 12월 감염병 예방법을 개정해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면서 이런 논의가 시작되었다.

현재 원격의료를 이용하고 있는 환자는 비단 코로나19 재택치료자뿐만이 아니다.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전화 상담 및 처방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
한시적 허용을 기회로 원격의료 플랫폼 스타트업도 속속 등장했다. 앞서 7월에는 닥터나우, 엠디스퀘어를 회장사로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출범했으며, 현재 15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병원 진료를 예약하거나 의사와 전화 통화 후 처방을 받고, 의약품을 약국에서 집까지 배달해 주는 등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이 회원사들의 주력 사업이다. 앱을 활용해 진료와 처방을 받은 뒤 약을 배달시키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의사와 약사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감염병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에서 하향될 경우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한시적으로 허용된 원격의료가 종료된다는 점이다. 현재의 어정쩡한 상황에서 병원 입장에서는 원격의료 시스템에 투자하려고 해도 투자하기가 힘든 셈이다. 코로나19발 한시 허용이 '사상누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점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병원이 갖고 있는 원격의료 시스템은 사실 그냥 전화기 정도이다. 진정한 환자·의사 간 원격의료 시스템에는 투자하기가 힘들다. 일부 대형 병원이 원내 회진 등에 원격의료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고작이다"(병원 관계자)


◆ 해외의 원격의료 상황은?
1990년대부터 원격의료를 도입하기 시작한 주요 국가들은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원격의료 대상 범위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미국·프랑스·독일·중국·일본 등 세계 각국이 원격의료를 앞서 도입하고 있는데도 한국은 첫 시범 사업 시작 이후 무려 21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 원격의료에 대한 찬반 의견 분분
원격의료 논란이 10년 가까이 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도 원격의료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는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대한의사협회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도입 반대'로 가닥을 잡고 있다. '환자 대면 진료 원칙'이 훼손될 경우 국민 건강에 커다란 위해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의사협회 측 주장이다.

<반대측 입장>
-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특수성
-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 불분명
- 환자 개인정보 유출 대비책 미비
- 의료체계 붕괴 가능성

<찬성측 입장>
-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요가 늘고 있음
-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


"그동안 원격의료는 결국 대형병원의 승자독식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있어 거론조차 안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사상 유례없는 상황이 벌어져 완전히 다른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다. 의료계도 쉬쉬할 것이 아니라 이제 공론화된 테이블에 원격의료를 올려두고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의견을 수렴해 시대적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의료계 관계자)






◆ 의료 사각지대 해소
“감염병 발생 시 의료 붕괴 방지, 도서·산간·벽지 등 의료 사각지대 해소, 만성질환자 등의 편익 제고, 글로벌 시장 공략 등을 위해 원격의료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일 것이다. 의사 정원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도서·산간·벽지 등의 의료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 원격의료 도입은 불가피하다”

◆ 대형병원 쏠림 현상 해소
"복지부에서 원격진료 이용 현황을 조사해 보니 75%가 동네병원에서 이뤄졌다는 자료가 있다. 원격진료 이용자들이 바로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다 보니 대형병원보다 동네병원 이용이 늘며 자연스럽게 주치의 제도가 자리 잡은 셈이다. 한 번 진료를 받으면 해당 의사를 계속 찾게 된다"


◆ 감염병 예방에 큰 도움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감염병이 또다시 나타날 수 있다. 감염병으로 확진자가 늘어날수록 원격의료는 더욱 필요해진다. 자가격리 환자에겐 비대면 진료가 필수였고, 방역 조치를 위해 선별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증상을 참아야 하는 환자에겐 일찍 적절한 투약을 할 수 있었다. 이처럼 의료진의 과부하 업무를 덜어주고, 감염병의 확산을 막고, 국민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원격의료가 도움이 될 것이다"


◆ 엄청난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
"원격의료는 세계적인 추세다. 이처럼 세계 가국이 원격의료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통신과 장비, 소프트웨어 등 관련 산업까지 합치면 엄청난 부가가치와 일자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 공략해야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32개국이 원격진료를 도입하며 의료산업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이 중 미국·프랑스·중국·일본은 코로나19 발생 후 진료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미국의 경우 현재 관련 시장은 1조원 규모이다. 더 나아가 전 세계 원격의료시장은 2026년 206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ICT 강국인 한국도 이제는 원격의료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시장을 선점해야 할 것이다"






◆ 보건의료체계 전반의 위기
"원격의료에 대해 안전성이나 효과성을 두고 충분한 검증이나 전문가 의견수렴 없이 정부와 여당이 일방적인 비대면 의료와 투약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보건의료를 국민건강과 공공성의 가치보다 산업적 측면에서 수익성과 효율성을 우선한다는 것이다. 보건의약 전문가 단체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되는 대면진료 대체, 복약지도 무력화, 의료정보 유출 등을 초래해 보건의료의 근본적인 본질을 바꾸고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크나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진료의 어려움
“실제로 비대면 진료를 해보면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하는 비언어적 징후들을 놓칠 수 있어 제한적이라고 느꼈다. 한두장의 사진만으로는 색감도 다르고, 부위도 파악하기 힘들어 사진을 다시 보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등 소통이 잘 안 되다 보니 대면 진료보다 훨씬 시간도 오래 걸렸다”

◆ 오진 오남용의 가능성, 책임 소재 불분명
"게이트키퍼 없는 의료전달체계 상황과 응급의료시스템 정비 없는 원격의료는 안전성과 유효성 등이 부족하고, 의료분쟁에 대한 책임 소재 전가 등으로 인해 의사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작년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시행되고 있는 '전화상담'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는데, 대면진료가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야기되는 오진이나 의료분쟁의 가능성 등에 대해 정부는 어떠한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급여 고시에 있어서 '의학적 안전성이 있다고 의사가 판단하는 경우'라고 적시함으로써 결국 책임은 의사에게 있다는 것을 명시했다"

◆ 오히려 도시-지방간 의료 격차를 심화할 것
"의료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만든 원격진료가 오히려 의료사각지대를 더 만들어 낼 수 있다. 현재 지방을 지키던 의사들마저 원격진료로 인해 적자에 빠지게 돼 도시로 자리를 옮길 것이 자명하다. 결국은 시골 환자들은 찢어진 상처 하나 꿰맬 곳을 찾지 못해 차를 타고 도시로 나오는 불편함을 더 느껴야 할지 모른다. 이것이 바로 원격진료의 무리한 강행이 가져올 진실이다"

◆ 1차 의료 시스템 붕괴
"원격의료가 발전되면 의사들은 대형병원에 들어가서 텔레마케터처럼 일하게 되다 결국 1차 의료 시스템이 망가지고 병원이 공장처럼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이러할 경우 환자들은 예약이 더욱 어려워지고, 급하면 비싼 돈 내고 응급실에 가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결국 기계를 통해 의사를 만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는 스스로의 상태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다수의 환자들이 의사에게 잔소리 듣지 않고, 병원에 가지 않고, 비용이 드는 검사 받지 않고, 처방전만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처방전 지급 서비스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 아직은 시기상조
"의사들이 원격의료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의료공학 기술이 매우 발달해 간단하게 진단을 할 수 있는 디지털 장비들이 개발된다면, 그리고 원격진료가 가능하게 제도적인 뒷받침이 마련된다면 언제든지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의료현실은 제도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절대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대에 반대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원격의료에서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안정성과 환자에 대한 유효성이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았다. 현재 환자들에게 제공되는 블루투스 기능이 탑재된 당뇨·혈당 측정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마저 충분한 의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기기로, 임상 연구 근거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섣불리 사용되어선 안된다"


◆ 약물 과다 복용·부정의약품 유통 문제
약사법 제50조에서는 '약국 개설자 및 의약품 판매업자는 약국 또는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는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기 위함이다. 또한 의약품 온라인 판매가 허가되면 약물 과다 복용·부정의약품 유통 문제 발생도 우려된다. 그뿐만 아니라 온라인 의약품 판매가 현실화되면 기존 약국의 역할은 대폭 축소, 업무가 전문 배달 업체로 옮겨가 2만 5000여 전국 개국약국의 경영 타격도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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