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ON] 간호법 제정, 찬성 VS 반대

지난해부터 뜨겁게 달궈온 간호법 제정 논란은 의사와 간호조무사를 중심으로 한 의료단체들과 간호사가 중심인 대한간호협회 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대한간호협회 중심으로 간호대생과 간호사 등 약 5만 명(간협추산)이 모여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여기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간호법 제정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간호법 제정 반대 측에서도 최근 간호법이 야당의 적극적인 추진에 본회의에 상정, 최종적으로는 법안이 통과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자 의사 회원의 총궐기를 촉구하고, “의사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드는 등 어느 쪽이든 쉽게 물러설 생각은 없어 보인다.

◆ 간호법 제정 논의의 배경은?

간호법은 의사 중심으로 업무 체계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의료법을 그대로 간호사에게도 적용하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간호인력의 수요는 점점 더 높아지는 가운데 간호인력들이 고도화·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의사 중심의 의료법이 아닌 독립된 법안의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간호사의 업무 범위, 근무 여건 개선, 간호사 수급 불균형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는 됐지만 본격적으로 심의를 받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와 간호 인력의 열악한 근무환경, 인력 부족 문제 등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심의가 이루어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의료법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조산사 등 5대 의료인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된다. 이 중 간호사에 관한 법률은 1951년 제정된 의료법에 포함되어 있으며 11개의 부처에서 간호사와 관련된 정책을 나눠서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직임에도 단독 법안이 존재하지 않아 업무 영역 자체도 규정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생겼다.




◆ 23일, 3번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상정 불발

그러나 23일 간호법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이 불발되었다. 간호법의 상정이 불발된 것은 이번이 3번째로, 지난 5월 26일, 10월 26일에 각각 상정 불발된 바 있다.

이에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은 성명을 통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세 차례나 간호법 상정을 거부했다”며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여의도 국회 앞을 뜨겁게 달궜던 ‘국민의 명령이다. 간호법을 제정하라’는 전국 60만 간호인들의 외침을 듣지 못했나”라고 반문했다.







◆ 의료인 협력체제 저해로 인한 의료현장의 혼란

“간호법은 의료인의 원팀 체제를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협력 체계를 저해하는 잘못된 법안이며 의료법과 간호법을 이원화하고 고착화된다면 의료현장에서는 심각한 혼란과 갈등이 가중되고 현행 보건 의료체계에 붕괴를 야기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국민 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 직역 이기주의

“보건의료 특정 직역에 대한 단독법이 제정된다면 향후 다른 직역들에 대한 단독법안 제정요구도 커질 것이다. 의료법을 위시한 현행 법체계가 누더기처럼 변질되지 않으리라고 그 누구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 (서울시의사회)

“신종 감염병이 언제 또 출현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보건의료 직역 모두의 고른 처우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간호법은 간호사 직역만의 이익 실현을 대변하는 법안이기에 이 법안이 제정되면 보건의료인력간의 원활한 협업이 힘들어질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보건의료인력지원법 등을 통해 특정 집단의 이익만이 아니라 모든 직역의 화합을 도모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대한의사협회)

◆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 조장

“간호단독법은 불법 무면허의료행위를 조장해 향후 국민 건강에 큰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크고, 의료직역 간 분쟁만을 초래해 결국 연쇄 작용으로 면허 기반의 현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위험한 악법이다” (전라남도의사회)

◆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개정안이 나오게 된 이유는 전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저수가 문제와 환자가 수도권의 대형병원들로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상의 문제이다. 저수가와 구조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숙달된 보조인력으로 땜질하듯 버텨온 현재 상황에서 특정 직역에 치우친 법안의 무리한 입법은 대한민국의 의료 근간 자체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 간호사 업무 영역의 확대를 반영한 법 제정 필요성

“간호사들이 적용받는 현행 의료법은 1951년 제정한 것이다. 이 법안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간호 업무를 제대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 업무를 명확히 규정하고,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는 간호사의 역할과 권한도 하나의 독립 법안으로 다듬어야 한다.” (대한간호협회)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의 간호 범위는 ‘환자의 요구에 따른 간호’,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만 정의하고 있다. 간호사들은 이 개념이 지나치게 의사 중심적이며 간호사들의 의료행위도 의료기관 내로 규정하고 있어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고, 간호사들의 전문성 또한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간호사 A씨)


◆ 숙련된 간호사를 통한 안전한 간호 제공

“우리나라의 연평균 증가율은 OECD 국가 평균보다 4배 이상 높다. 그러나 과중한 업무량과 열악한 근무환경 등의 문제로 OECD 국가 중 면허 간호사 대비 임상 간호사의 비율은 50.9%로 최하위권(OECD 평균 68.2%)에 머물러 있다. 이에 초고령화 사회에서 숙련된 간호사를 확보하기 위해 처우 개선은 필수적이다” (21일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간호대생 B씨)

◆ 이미 다른 선진국들에서는 간호법을 시행 중

“많은 국가에서 간호사들은 전문의료인으로 인정받으며 1차 의료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00년 전부터 모든 주에서 시행됐으며, 독일(1985), 캐나다(1988), 영국(2001)에 이르기까지 OECD 38개국 중 33개국에서 간호사의 독자적인 법이 시행되고 있을 만큼 보편적인 입법체계이다” (대한간호협회)

◆ 체계적이고 질 높은 간호 서비스 제공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간호 정책을 통해 국민 누구나 지역과 상관없이 질 높은 간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법안으로, 오히려 대한민국 보건의료를 바로 세우는 법안이 될 수 있다” (대한간호협회 회원 C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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