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 중요성 인정하나 지원 꺼려...의대생·인턴 86% '소송 위험' 우려

"이대목동병원 사건 영향 커...80% '소청과 인식에 영향'"
의대 정원 확대 회의적...4.6%만 "인력난 해결에 도움될 것"
전문가들 "법적 안전장치·심리 지원 통해 소청과 지원 동기 높여야"

최근 소아청소년과(이하 소청과) 의사 수의 감소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소청과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전북대병원 의학교육학교실 유효현 교수와 소청과 유지혜 교수가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게재한 이 연구는 소청과 지원 기피 현상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다.



연구팀은 전북의대 의대생과 전북대병원 인턴 865명 중 729명(의대생 702명, 인턴 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6.69%가 미래 전공 분야로 소청과를 선택하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이러한 경향은 학생들이 교육 단계를 진행할수록 더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청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으로는 소득 수준, 근무시간과 생활의 균형, 소아 인구 감소, 보호자와의 상호작용 어려움, 대중매체의 영향, 고용 불안, 생명을 위협당하는 상황에 대한 불안, 소송 등 잠재적인 법적 문제에 대한 불안, 미래 직업에 대한 불확실성, 소청과에 대한 학업적 매력 감소, 일반의와의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의료진 복지 등이 꼽혔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응답자의 80.1%가 2017년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과 소청과 폐과 선언 등 소청과 관련 사건이 소청과를 바라보는 관점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것이다. 또한 96.89%의 응답자가 의료사고로 인한 소송 위험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인식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95.84%가 소청과가 매우 중요한 과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젊은 의사들이 소청과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나, 현실적인 어려움과 위험 때문에 지원을 꺼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점은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의견이다. 응답자의 대다수는 의대 정원 증원이 소청과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단지 4.58%만이 의대 정원 증원이 소청과 인력 부족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정부와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의 소청과 의사 확보 방안에 대한 의견도 조사되었다. 전공의 급여 인상에 대해서는 42.30%만이 소청과 지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으며, 수련 기간 단축에 대해서는 45.35%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의대 정원 증원보다는 소송과 관련된 법적 안전 장치 마련 등 소청과 지원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낮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의료 전문가에 의한 법적 안전 장치 마련과 심리적 지원이 있다면 두려움을 줄이고 소청과 지원에 대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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