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주도로 7월 4일 국회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을 두고 정치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확실시되면서, 이후 국회에서의 재의결 가능성과 그 시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그의 취임 이후 15번째 거부권 행사가 된다. 특히 이번 거부권 행사는 채 상병 순직 1주기인 7월 19일과 시기적으로 맞물릴 가능성이 높아 정치적 의미가 더해질 전망이다.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정부에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채 상병 1주기 전에 재의결하겠다"고 공언해왔으나, 실제 재의결 시점은 유동적일 수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의 재의결을 위해서는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이는 현재 야권의 의석수로는 부족한 상황이다. 민주당 170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진보당 3석 등 범야권 의석을 모두 합쳐도 192석에 그치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 최소 8표의 찬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서둘러 재의결에 나서기보다는 법안 통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모색 중이다. 특히 여론전을 펼치면서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의힘은 채 상병 특검법에 당론으로 반대하며, 7월 3일부터 4일까지 24시간 동안 필리버스터를 벌이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현재 진행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우선시하고, 수사 후에도 의혹이 남으면 특검을 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이 주목하는 또 다른 변수는 7월 23일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다. 새로운 당 지도부 선출에 따른 권력 재편으로 당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재의결을 7월에 당장 하지 않을 수 있다. 여당이 전당대회 이후 분열이 생길 수 있으니 재의결의 적절한 시점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여야가 합의하여 '제3의 채 상병 특검법안', 즉 수정안을 마련해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한동훈 후보는 "당대표가 되면 민주당이 아닌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특검 후보 추천권과 관련해 협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은 여야 모두 내부의 반대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여당 내에서는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채 상병 특검법 자체를 '윤 대통령 탄핵용'이라고 주장하며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역시 현재의 법안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지지층의 반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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