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반토막 그 이상"... 사직 전공의 1만명 '구직 대란'

"지원서 수십장 제출해도 취업 난항"... 미용·피부과 분야 급여 더 큰 폭 하락
의협 "구직자 비율 높아 대책 마련 중"... 전공의들 "실제 취업 연계 절실"
개원의 채용 독려 나섰지만 난관... "경영난에 장기 고용 어려워" 토로

2024년 7월,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새로운 난관에 봉착했다. 정부와의 갈등으로 인해 수련병원을 나온 이들이 이제는 심각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압박으로 병원들이 사직서를 일괄 수리하면서, 약 1만 명에 달하는 전공의들이 동시에 새로운 직장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서울 지역 대형 수련병원, 이른바 '빅5' 중 한 곳의 응급의학과에서 근무하다 사직한 A씨의 경우를 보면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A씨는 "응급실 위주로 구직 중"이라며, "지금도 지방의료원 응급실에 우편으로 지원서를 제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업도 어렵고 일자리 자체도 많지 않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충청권 대학병원 인턴으로 일하다 사직한 B씨의 사례는 더욱 구체적으로 취업난의 실상을 보여준다. B씨는 "이번 주 내내 면접 본 끝에 요양병원에 취업이 됐다"며, "지원서 20~30장 정도는 냈다"고 말했다. 그는 "면접 다닌 곳마다 지원서가 수십 장씩 쌓여 있었다"고 덧붙이며, 자신보다 더 많이 지원하고도 아직 취직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일반의 구직 수요가 많은 미용 분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자가 급증하면서 급여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것이다. B씨는 "피부나 미용은 사정이 더 힘들다고 안다. 월급도 연초에 이미 반 정도 떨어졌고 기존에 일하던 사람들 월급까지 깎는다고 들었다"며, 아는 사람의 경우 지난달 월급이 100만원이나 삭감되었다고 전했다.

A씨 역시 이를 확인하며 "미용 쪽이 원래 한 달 1,400만원 수준이었는데 60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여기서 더 떨어지면 400만원대까지 내려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공의들은 대한의사협회(의협)를 중심으로 한 취업 연계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A씨는 "채용이 알음알음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지 말고 공개 채용 방식으로 구인 정보가 올라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일자리를 소개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취업 연계로 채용이 성사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B씨 역시 "마이너스 통장이 있는 사람은 어디에라도 적을 둬야 한다"며,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의협 차원에서 취업 연계에 나서주길 바라는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의협 채동영 홍보이사 겸 부대변인은 "앞서 구인구직 프로그램을 준비했으나 구직 비율이 더 높은 상황"이라며, "모든 구직자를 의사직으로 채용하기 어려우니 아르바이트 자리를 늘리는 등 방법을 찾고자 한다"고 답했다. 또한 "개원의를 대상으로 채용 독려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의사회 차원에서도 전공의 지원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의사회 황규석 회장은 "25개 각구의사회를 통해 구별로 수련병원과 매칭해 전공의들을 돕기로 했다"며, "서울시의사회 차원에서 구인구직란을 마련해 서울시 내 전공의가 시 내 의료기관에 취직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원가의 사정 역시 녹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도의사회장은 "최저 임금 인상으로 기존 병원 행정직 유지나 신규 고용도 고민인데 의사 채용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전공의들도 이런 개원가 사정을 파악하고 적정한 눈높이를 찾는 게 구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시도의사회장은 "수도권이 아니고서야 지역 내에서 대대적으로 취업 연계와 고용이 이뤄지기는 힘들다"며, "일부 회원은 일반의 자리에 전공의를 채용해도 수련병원 재지원 제한이 풀리면 원래 수련하던 병원으로 돌아갈 테니 근속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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