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모집 앞둔 의료계, 교수들 보이콧으로 새 국면

"국립대병원 최소 인원 모집 vs 사립대병원 대규모 충원 계획"
"교수들 '기존 전공의 자리 사수' 의지 표명... 정부 압박과 충돌"
"의료계 갈등 장기화 조짐... 의료 서비스 질 저하 우려 확산"

2024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시작되면서 의료계 갈등의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국립대병원과 사립대병원의 상반된 대응, 그리고 교수들의 반발로 인해 정부의 의료공백 해소 노력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 산하 수련평가위원회가 지난 22일 공개한 2024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 전형계획에 따르면, 국립대병원들은 기존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최소한으로 수리하고 새로운 모집 인원도 대폭 축소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인턴 159명을 모집하는 반면 레지던트는 단 32명만 선발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소속 전공의 806명 중 739명을 사직 또는 임용포기 처리한 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적은 수준이다.

다른 국립대병원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부산대병원은 기존 전공의 244명 중 62명을 사직 처리하고 하반기에는 단 1명만 모집하기로 했다. 전북대병원은 212명 중 56명을 사직 처리하고 하반기에 17명을 모집한다. 경북대병원은 285명 중 82명을 사직 처리하고 하반기에 32명을 모집한다. 충남대병원은 245명 중 70명을 사직 처리했으며, 전남대병원은 하반기에 26명을 모집한다.

이들 병원의 사직 처리 비율은 전체 사직 처리 비율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의 최근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3.5%가 '9월 하반기 모집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오승원 서울의대 비대위 홍보팀장은 "교수 설문조사 결과와 사직 전공의들의 의견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사립대병원들은 정부의 압박에 따라 대규모 모집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빅5' 병원 중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018명, 세브란스병원은 703명, 삼성서울병원은 521명을 모집하기로 했다. 이들 병원은 사직 처리한 규모를 대부분 충원한다는 방침이다.

한 빅5 병원 교수는 "정부가 다양한 방식으로 패널티를 주고 있다"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건강보험료 선지급 유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휴진이나 진료재조정을 진행한 병원들에 대한 급여비 선지급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병원의 대규모 모집 계획과는 별개로, 교수들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병원은 하반기 모집에 정원을 신청했지만 교수들은 이 자리가 기존 전공의를 위한 자리임을 분명히 선언한다"며 사실상 보이콧 의사를 밝혔다. 가톨릭의대 영상의학교실 교수들은 "하반기에 입사한 전공의에 대한 교육과 지도를 거부할 것"이라며 직접적인 보이콧 입장을 표명했다.

서울아산병원은 다른 병원에서 수련하던 레지던트가 인기과로 전환해 지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레지던트 1년차를 뽑지 않기로 결정했다. 고대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에서는 '전공의 모집공고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70.5%, '모집인원은 공고하되, 선발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18.9%로 나타났다.

교수들은 하반기 전공의 선발 과정에서 면접 탈락 사유로 '지역 의료 붕괴'를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고대의료원 교수는 "정원보다 적게 선발할 수도 있다. 물론 지원자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를 감수해도 기존 전공의들 자리를 남겨두겠다는 게 교수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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