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의료 붕괴의 민낯... 강원도민 서울 빅5병원 진료비 10년새 2.4배 급증

정형외과·산부인과·외과·내과 수도권 입원 비중 전국 최고 수준
전문가 "공공의료 확충·의료전달체계 개선 시급"... 지역 의료인력 확보도 과제
원정진료 교통·간병비만 수십억 원... 도민 의료비 부담 가중

강원도민들의 수도권 대형병원 이용이 급증하면서 지역 간 의료격차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재영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도민들의 수도권 빅5 병원 진료비가 10년 사이 2.37배나 증가했으며, 이는 지역 의료 인프라 부족과 의료 서비스 질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한 이번 분석에 따르면, 강원도민이 2022년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에 지불한 진료비는 약 1975억 원에 달했다. 이는 2013년 833억 원과 비교해 약 2.37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정형외과, 산부인과, 외과, 내과 등 4개 진료과목에서 수도권 병원 이용률이 높았다. 정형외과의 경우, 강원도민 총 입원 건수 중 24.7%가 수도권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져, 전국 평균(10.2%)의 2.42배에 달했다. 산부인과와 외과 질환자의 수도권 의료기관 입원 비율도 각각 16.8%와 39.8%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으며, 내과 질환자의 수도권 의료기관 입원 비중도 20.9%로 전국 4위를 기록했다.

임 연구위원은 이러한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강원도민이 느끼는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를 지목했다. 강원도의 단위면적당(100㎢)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수는 0.37개로, 17개 광역시도 평균(8.71개)의 4.2%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내과, 외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등 주요 진료과목의 전문의 수도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의료 접근성 문제도 제기되었으나, 임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접근성이 원정진료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광역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실제 원정진료 규모가 예측치보다 더 큰 것으로 분석되어, 의료서비스의 질적 격차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원정진료로 인한 경제적 부담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정형외과 관련 질환으로 인한 강원도민의 수도권 입원 중 약 13.9%(7,213건)가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에 따른 교통비와 간병비만 9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임 연구위원은 원정진료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방안을 제시했다.

1. 공공의료기관의 양적·질적 확충: 지역 내 의료 인프라를 강화하여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인다.

2. 의료전달체계 개선: 상급종합병원, 2차병원, 전문병원, 의원 등 각 의료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기능에 맞는 지원을 제공한다.

3. 지역 내 의료 네트워크 구축: 거점국립대 병원을 중심으로 지역 내 병·의원 간 협력 체계를 만들어 의료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인다.

4. 의료인력 확보: 장기적 관점에서 정확한 의사인력 수급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의료인력 확충 계획을 수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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