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반조기박리 태아 사망 사건, 중재원 '1500만원 배상' vs 법원 '의료진 무죄'

중재원 "85분 대기시간 과도... 신속 분만 노력 부족" vs 법원 "통상적 입원 절차"
태반조기박리 진단의 어려움 쟁점... 법원 "예방·회피 어려운 질환" 판단
의료 과실 판단 기준 재고 필요성 제기... 전문가 "의료 현장 특수성 고려해야"

2022년 2월, 임신 29주 5일 차에 접어든 산모 A씨는 의사 B씨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산전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A씨는 2월부터 4월까지 2주 간격으로 총 5차례 정기적인 진료를 받았다. 그러나 마지막 진료 후 4일이 지난 시점, 임신 38주 1일 차에 A씨는 하복부 통증과 태동 감소를 느껴 B씨의 병원을 다시 찾았다.


사건 경과
1. 2022년 4월(정확한 날짜 미상), 오전 11시 40분: A씨가 B씨의 병원에 내원하여 외래진료를 접수했다.

2. 12시 12분 ~ 30분까지: 병원은 A씨에 대해 내진, 초음파검사, 태동검사를 실시했다. 내원 직후 A씨의 혈압은 수축기 108~135mmHg, 이완기 70~87mmHg로 측정되었다.

3. 검사 후: 담당 의사는 초음파 및 태동검사 결과가 정상이라고 판단하고 A씨에게 귀가를 권유했다.

4. 귀가 전: A씨의 혈압이 수축기 145mmHg, 이완기 92mmHg로 상승했고, 소변검사 결과 단백뇨가 확인되었다.

5. B씨는 A씨에게 임신성 고혈압을 진단하고 입원 및 유도분만을 권유했다.

6. 오후 1시 15분: A씨는 입원수속을 위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7. 오후 1시 55분: A씨가 분만실에 입원했다.

8. 입원 후: B씨가 태동검사 및 초음파검사를 실시한 결과, 태아의 사망이 확인되었다.

9. 오후 3시 30분: 응급 자궁절개술을 통해 사망한 태아를 꺼냈다. A씨는 50% 이상 떨어진 태반조기박리와 자궁 내 태아사망으로 최종 진단받았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판단
중재원은 '태동검사 및 처치의 적절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태동검사에서 태아의 심박동수 감소가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신속한 분만을 위한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재원은 태동검사 완료 시점(12시 30분)부터 분만실 입원 시점(오후 1시 55분)까지의 85분이 과도하게 길었다고 보았다. 결과적으로 중재원은 B씨에게 1500만원의 위자료 지급을 권고했다.

법원의 판단
반면, 수원지방법원(이희승)은 의사 B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법원의 주요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다.

1. 태반조기박리는 초음파검사나 태동검사로 진단하기 매우 어려운 질환이다.
2. A씨의 내원 당시 증상만으로는 태반조기박리를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다.
3. 태반조기박리의 시작 시점부터 태아 사망까지의 시간을 추정할 수 없으며, 이는 미리 예방하거나 회피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4. A씨는 태반조기박리의 통상적 증상인 질출혈이나 자궁수축 등을 보이지 않았다.
5. 85분의 대기시간은 통상적인 유도분만을 위한 입원수속 절차에 비추어 볼 때 이례적으로 길다고 보기 어렵다.

해당 분쟁은 의료 사고에 대한 판단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지를 보여주고 있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법원의 상반된 판단은 같은 사실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른 해석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의료 행위의 특성상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고, 의사의 판단과 조치가 당시 상황에서 적절했는지를 사후에 평가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해당 사례는 의료진의 신중한 판단과 빠른 대처의 중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의료 사고 판단에 있어 다각도의 전문적 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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