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지원 '전무'... 사라진 전공의들

전국 80개 수련병원 조사 결과, 지원율 1% 미만... 인기과도 예외 아냐
수도권-지방 가리지 않고 지원자 전무... 의료 시스템 붕괴 우려 확산
정부 회유책 무위... 의료계, 근본적 개혁 필요성 제기

2024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전국 수련병원들이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인턴과 레지던트 모두 극도로 저조한 지원율을 보이며, 의료계 전반에 걸쳐 심각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31일 전국 80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공의 지원 상황이 예상을 뛰어넘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련병원들이 모집하고자 한 전공의 규모는 총 7,645명에 달했으나, 실제 지원자 수는 정원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충격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른바 '인기과'로 불리는 진료과목에서도 지원율이 극히 저조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인기과 상급년차 레지던트의 수도권 수련병원 지원을 허용하는 등의 회유책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조치가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 인기과의 모집 인원은 총 361명으로, 2022년 3명, 2023년 6명과 비교해 대폭 증가한 규모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 모집에도 불구하고 지원자는 극소수에 그쳤다.

빅5 병원을 포함한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의 지원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인기과의 지원율은 레지던트 1년차가 1.23%, 상급년차(2~4년차)가 0.65%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가톨릭중앙의료원의 경우 1,017명(인턴 218명, 레지던트 799명)을 모집했으나 단 14명만이 지원했다. 이 중에서도 상급년차 지원자는 내과 1명, 산부인과 1명, 신경과 2명, 안과 2명, 이비인후과 2명, 정신건강의학과 1년차 1명, 정형외과 1년차 3명과 상급년차 2명에 불과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러한 현상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우려되었던 지방 의료 인력의 수도권 유출 문제는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가 되어버렸다.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들도 극히 저조한 지원율을 기록했으며, 일부 병원은 단 한 명의 지원자도 받지 못했다.

빅5 병원 중 세브란스병원은 714명 모집에 5명, 가톨릭중앙의료원은 1,017명 모집에 14명이 지원하는 데 그쳤다. 고려대의료원은 인턴 97명, 레지던트 157명 모집에 1년차 레지던트 단 1명만이 지원했다. 한양대병원, 중앙대병원, 이대목동병원, 경희대병원 등 서울의 다른 주요 대학병원들은 지원자가 전무한 상황이다.

지방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구·경북 지역의 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동국대 와이즈캠퍼스, 파티마병원 모두 전공의 지원자가 없었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이 모집을 진행했으나, 조선대병원에 1명만이 지원했다. 충북 지역 4개 병원의 67명 모집에도 지원자는 전무했다.

부산 지역의 주요 대학병원들(부산대병원, 인제대부산백병원, 해운대백병원, 동아대병원, 고신대병원)은 500여 명 규모의 전공의를 모집했으나, 지원자는 4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전국적인 전공의 지원 부족 사태는 한국 의료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 상황을 '백척간두'(百尺竿頭), '풍전등화'(風前燈火)에 비유하며 그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도, 의료계도 시스템 붕괴는 막아야 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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