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검증 돌입... 총장들 '평가 거부' 움직임에 의료계 술렁

의평원, 30개 의대 대상 주요변화평가 실시... 11월까지 계획서 제출 요구
의총협 회장 "의대생 복귀 후 평가" 주장... 의대 교수들 "최소한의 검증 필요" 반박
평가 거부시 신입생 모집 불가... 의대 증원 정책 차질 우려 제기

2025학년도를 앞두고 의과대학 정원이 10% 이상 증원된 가운데,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강화된 인증평가 계획이 대학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의평원이 7월 30일 '주요변화평가계획 설명회'를 개최하며 본격적인 의대 평가에 착수하자, 일부 대학에서는 평가 계획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홍원화 의대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 회장이자 경북대 총장의 인터뷰 발언이었다. 홍 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주요변화계획서 제출은 의대생들 복귀 후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평원의 평가 일정에 따르면 평가 대상인 30개 의대는 11월 30일까지 주요변화계획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홍 회장은 현재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이 돌아온 후에야 계획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의 이러한 입장은 현재 의대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평가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홍 회장은 다른 의대 보유 대학 총장들에게도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의평원의 평가 진행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대 교수들의 반응은 매우 강경했다. 가톨릭대, 고려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울산대 등 6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의대생들이 교실을 떠난 상황과 의평원 평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학생이 돌아온 후에나 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건 억지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의대 교수들은 의평원의 인증평가가 학생·교원 수, 시설, 재정 조달 등을 확인하는 최소한의 검증 절차라고 강조했다. 이는 의대 증원 시 온전한 교육이 가능한지를 확인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교수들은 "구체적인 투자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증원하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방식은 곤란하다"며 "이제서야 준비 없는 증원이 얼마나 무모한지 깨달았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의사 단체에서는 홍 회장의 발언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홍원화 경북대 총장의 구국의 결단에 감사하다"며 "계획서를 의평원에 제출하지 않으면 의대생 신입생 모집이 정지된다"고 언급했다. 이는 대학이 의평원 인증평가에 응하지 않으면 인증이 취소되고, 결과적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없게 되어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의대 증원을 둘러싼 대학 본부와 의대 교수들 간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의평원 설명회에서 대학 본부 관계자들은 행정 절차에 대한 부담감을 표현한 반면, 평가를 실시하는 의대 교수들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정책인지 여실히 보여주기 위해 평가를 더 엄격하게 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안덕선 의평원장은 이러한 갈등 상황에 대해 중재적 입장을 취했다. 그는 "주요변화평가의 취지는 의대들이 내년부터 신입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 확인해 의학교육 질 저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어려워진 의대 운영 상황을 더 악화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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