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회사, 피해자에 책임 전가 시도"... 허위 보고서 작성 의혹도 제기
피해 직원 "카드론으로 치료비 충당"... 회사 지원 미흡에 피해자 고충 가중
전문가들 "기업 안전 의식 재점검 필요"... 방사선 안전관리시스템 전면 개선 촉구
지난 5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방사선 피폭 사고의 후속 조치에 대해 심각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27일 발표한 입장자료에 따르면, 회사 측의 대응이 "무책임하고 충격적"이었다고 지적하며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했다.
사고는 5월 27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발생했다. 두 명의 직원이 장비 정비작업 중 방사선에 노출되는 사고를 당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이들이 노출된 방사선량은 각각 94시버트(㏜)와 28㏜로, 연간 허용 기준치인 50밀리시버트(m㏜)를 크게 초과하는 수치다. 특히 94시버트에 노출된 이모씨의 경우, 손가락 7개가 괴사되어 절단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사고 발생 다음날인 5월 28일 피해자들이 회사에 피폭 의심 신고를 했을 때, 회사 측의 대응은 매우 부적절했다. 사내 병원에 방사선 전문 진료인력이 없어 피해자들은 원자력병원으로의 이송을 요청했으나, 회사 측은 '다음날로 미루자'고 제안했다. 그 이유로 사내 병원 앰뷸런스가 1대뿐이라 사업장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들었다.
다행히 피해자들은 회사의 제안을 거부하고 즉시 원자력병원을 찾아 림프구 수치 검사를 받았다. 노조는 만약 이송이 다음 날로 미뤄졌다면 정상으로 돌아온 림프구 수치 때문에 피폭 사실을 확인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회사 측이 피해자들에게 사고의 책임을 전가하려 했다는 노조의 주장이다. 사고가 발생한 'XRF' 장비는 반도체 웨이퍼에 X선을 비춰 화학물질 두께를 측정하는 장비로, 작업 당시 방사선 발생을 차단해야 하는 '인터락(안전장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회사의 사고 보고서에는 피해자의 책임을 부각하는 듯한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노조와 피해자는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박했다. 해당 작업에는 애초에 표준작업지침(SOP)이 없었으며, X선 장비의 인터락은 국가 법령에 따라 관리되는 A급 인터락으로 작업자가 임의로 조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비 구조상 방사선 차폐체를 열면 자동으로 인터락이 작동하게 되어 있어, 사고 당시 발생한 인터락 오류는 작업자들의 책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치료비 지원 문제도 제기됐다. 피해자가 "산업재해 인정이 바로 안될 것 같으니 병원비라도 어떻게든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회사 측은 절차를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결국 피해자 가족이 피폭 치료에 드는 수백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카드론 대출까지 받아야 했다는 것이다. 이후 피해 직원의 지속적인 항의로 회사의 치료비 지원이 이뤄졌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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