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두골반불균형 사전 진단 어려워"... 법원, 의료진 판단 존중
출산 후 조치도 적절... "즉시 전원보다 경과 관찰이 일반적"
유도분만·흡입분만 별도 설명 의무 없어... 제왕절개 설명으로 충분
최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의료진의 과실로 신생아가 장애를 입었다며 제기된 1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개요를 살펴보면, 원고 A씨는 2019년 2월 B병원에서 응급제왕절개수술로 출산했다. 태어난 아기는 곧바로 인근 상급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약 한 달간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변과 신생아 경련, 호흡곤란 증세로 치료를 받았다.
이에 A씨 부부는 의료진의 과실로 아이가 장애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총 13억6,364만3,116원의 손해배상금과 지연이자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 부부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B병원 의료진이 잘못된 분만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분만 전 복부 초음파로 아두골반불균형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는데도 의료진은 처음에 제왕절개 대신 유도분만을 택했다. 분만 당시에도 무리하게 과도한 흡입분만을 시행했다"고 주장했다.
둘째, 출산 후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 부부는 "출산 후에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다가 뒤늦게 상급병원으로 전원해 치료를 지연시켰다"고 주장했다.
셋째, 유도분만이나 흡입분만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이러한 주장들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진료기록감정과 전문심리위원 의견 등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먼저, 분만 방법 선택에 대해 재판부는 "아두골반불균형을 출산 전 진단하는 경우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진통과 분만에 들어가기 전 진단 내리기 어렵다. 또한 초음파 검사만으로 난산을 예측해 의료진이 (유도분만 대신) 제왕절개를 결정하기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한 "제왕절개를 시행했다고 해서 예후가 달라졌을지 알 수 없다"며 "당시 담당 분만의가 유도분만을 통한 질식분만을 시도한 게 의학상 시인될 수 없을 정도로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출산 후 조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의료진의 대응이 적절했다고 보았다. "분만 과정에서 발생한 산류나 두혈종은 자연히 호전되는 경향이 있다. 바로 전원을 결정하기보다는 산소포화도와 태아 상태 등을 보며 경과를 관찰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대한 의료진의 조치에 큰 문제가 없다"며 "설령 분만 직후 전원했으면 예후가 더 좋았으리라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설명의무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의료진이 원칙적인 분만 방법인 질식분만을 시도하면서 이를 보조하고자 유도분만이나 흡입분만을 택했을 때 그 위험을 산모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의료진이 제왕절개술을 시행하기에 앞서 설명의무를 이행한 이상 이와 별도로 유도분만과 흡입분만 위험성을 설명하지 않았다고 해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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