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개선이 필요한 ‘신포괄수가제’..환자와 정부의 입장 차이 존재

- 2군 항암제를 약값의 5~20%만 부담하던 암 환자들은 당장 내년부터 비급여로 사용해야 하게 됐기 때문에 논란
- 새로운 약제를 사용하더라도 기존과 동일한 신포괄수가제로 본인 부담 5%만 지불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

신포괄수가제에 일부 항암제 급여를 폐지하는 데 대한 암 환자들의 우려가 담긴 청와대 국민청원에 보건복지부가 신포괄수가제 제도 개선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치료 연속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환자들은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에 그쳤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면서, 치료 기회를 제공해 달라며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0월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참여 병원들에게 보낸 '신포괄수가제 관련 변경사항 사전 안내 공문'을 통해 희귀의약품, 2군 항암제 및 기타 약제, 사전승인약제, 초고가 약제 및 치료재료, 일부 선별급여 치료재료를 '비포괄 대상 항목'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에 참여한 병원에서 고액의 표적항암제 및 면역항암제 등 2군 항암제를 약값의 5~20%만 부담하던 암 환자들은 당장 내년부터 비급여로 사용해야 하게 됐기 때문에 논란이 일어왔다.


이에 오는 2022년 1월부터 신포괄수가제 일부 항암제 급여가 폐지되는 데 대한 반대 내용이 골자로 된 국민청원이 지난 10월 19일 제기되었다.


복지부 류근혁 제2차관은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답을 통해 개선 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류 제2차관이 답변에 나선 청원은 신포괄수가제에서 급여가 돼 왔던 일부 비급여 항암제들이 내년부터 급여에서 제외되는 데 따른 것으로, 암 투병 중인 환자들은 치료 연속성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현재 치료 중인 환자들의 치료 연속성 ▲중증암환자에게 효과 있는 항암제의 조속한 급여화 ▲신포괄수가제의 항암급여 졸속 폐지 반대 등을 청원했다. 지난 11월 18일 마감한 이 청원에는 21만2,500명이 동참했다.

류 제2차관은 “정부가 시행하는 개선안은 그 동안 현장에서 잘못 적용되고 있는 신포괄수가제 적용 기준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신포괄수가제는 시범사업이다. 다른 시범사업과 마찬가지로 추진과정에서 평가와 연구용역 등을 실시해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 차관은 “면역항암제와 같은 2군 항암제는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에서도 다른 의료기관과 동일한 본인부담률이 적용돼야 한다”며 “그런데 신포괄수가제를 민간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과 다른 의료기관의 본인부담률이 다르게 적용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류 차관은 “그 결과 특정병원으로 환자가 쏠리고 지불제도 차이에 따른 병원 간 그리고 환자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했으며 진료행태가 왜곡되기도 했다”면서 “이는 현행 약제 급여기준과도 불일치하는 것으로 정부는 현재 잘못 적용되는 기준을 바로 잡아야만 했다”고 했다.

류 차관은 “정부는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했고 다만 제도 개선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 환자의 치료 연속성을 보장하는 방안도 마련했다”며 “시범사업 참여 의료기관에서 항암제 등에 대해 5% 본인부담을 적용받아 치료 받고 계신 분들은 내년에도 종전과 같은 본인부담 수준에서 치료 받을 수 있다”고도 했다.

더불어 항암제를 비롯한 중증·고가 의약품의 급여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류 차관은 “국민들이 약값이 너무 비싸 약제를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임상적 유용성과 안전성, 비용 효과성 등을 고려하며 중증 암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항암제를 비롯한 중증·고가 의약품의 급여화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암 환자들은 기존 환자들에게만 한정적으로 치료 연속성을 보장해주겠다는 정부 방침에 반발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는 19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존환자의 치료 연속성을 보장한다고 했지만 이 제도를 이용해 치료계획을 준비하고 있던 환자들은 제도 폐지로 인한 재정부담으로 치료를 포기하거나 혼란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이들은 선의의 피해자가 아니라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암환자권익협의회는 “기존 치료받던 환자가 내성이 발생해 새로운 약제를 사용하더라도 기존과 동일한 신포괄수가제로 본인 부담 5%만 지불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암 환자들과 함께 합리적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복지부가 발표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치료 연속성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암 환자들에게만 신포괄수가제를 한정적으로 운용할 게 아니라 지속적 제도를 보완하고 개선한 후 신포괄수가제 장점을 충분히 활용해 암 환자에게 적정하고 합리적인 치료가 되도록 보건당국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야 말로 형식적 제도 개선이 아닌 진심으로 환자를 위한 제도 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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