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패혈증 진단 실패한 의사 무죄 판결…원심 뒤집고 사건 환송
초기 증상만으로 감염증 예측 어려워…대법원, 의사의 의료 과실 인정하지 않아
진단 오류 논란 속 대법원의 판단은? "진단 수준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대법원이 패혈증 환자를 급성 장염으로 잘못 진단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의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하급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번 판결은 환자의 초기 증상만으로 급성 감염증의 심각성을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재판부(재판장 노태악)는 지난 8일, 내과전문의 A씨를 상대로 한 업무상 과실치사 소송에서 1심과 2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한다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6년 10월 4일, 환자 B씨가 복통과 몸살 등의 증상으로 A씨가 근무하는 병원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B씨에게 소변검사와 혈액검사, 일반화학검사 등을 진행했고, 그 결과 백혈구 수치와 C-반응성 단백질(CRP) 수치가 정상보다 현저히 높아 급성 감염증이 의심되는 상태였다.
그러나 A씨는 염증지수와 간수치 등의 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전에 B씨를 급성 장염으로 진단하고, 대증적 치료를 진행한 뒤 귀가시켰다.
이후 B씨는 같은 날 밤 응급실을 다시 찾았지만, 응급실 의사 C씨도 염증의 원인을 찾기 위한 추가 검사 없이 대증적 처치 후 귀가 조치했다. 다음 날 B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되었으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탓에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A씨의 진단 및 대처가 의료 과실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내과 전문의로서 일반화학검사 결과를 통해 급성 감염증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며 A씨에게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한, “A씨는 급성 감염증 또는 패혈증의 가능성을 고려해 추가 검사를 해야 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며 그의 책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환자 B씨는 병원에 내원하기 전부터 고열과 몸살 증상으로 의원을 방문했고, 주요 신체 활력징후는 모두 정상 범위였다”며 “초기 증상만으로 급성 감염증을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소화기계 증상과 통증을 급성 장염으로 진단한 것은 임상의학에서 실천되고 있는 진단 수준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A씨의 대처가 의료상의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B씨의 사망이 예견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음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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