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 강화?"... 정부의 의대 교수 인력난 해결책 논란

특정 대학 출신 우대, 순혈주의 강화로 학문 발전 저해 우려
지방 의대 교수 채용 원활성 위해 도입된 예외 조항이 오히려 문제로
교육부 "취지 고려했지만 현장 비판도 수용할 것"

정부가 지방과 필수 의료 분야의 의과대학 교수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한 정책이 오히려 특정 대학의 순혈주의를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말 입법 예고하고 올해 3월부터 시행한 '교육공무원임용령' 4조 3의 개정이 그 논란의 중심에 있다.



'교육공무원임용령' 4조 3은 1999년 처음 도입된 조항으로, 대학교원의 신규 채용 시 특정 대학 출신의 비율이 채용 인원의 3분의 2를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대학 내 경쟁적인 학문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순혈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난 3월 개정된 법령에서는 '의료법에 따른 전문의 자격을 갖춘 채용의 경우 특정 대학 학사 학위 소지자 3분의 2 초과 제한 예외'를 신설했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지방 의과대학들이 겪고 있는 교수 인력 채용의 어려움을 해결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지방 의과대학들은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주거, 교통 인프라로 인해 본교 출신이 아닌 교원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계 현장에서는 개정된 예외 조항이 오히려 특정 의과대학의 순혈주의를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방의 한 국립대 교수는 "이번 개정안의 혜택을 받는 곳은 오히려 기존에 순혈주의가 강했던 의대들뿐이다. 서울 소재 S대, Y대, K대와 지방의 J대 등 기존에 유명했던 대학들이 자교 출신 채용을 늘리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한 "기존에는 3분의 2 규정을 지키기 위해 대학들 간 자교 출신 교수들을 교환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조차 없어졌다"며 "오히려 순혈주의를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 그 취지와는 정반대로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순혈주의의 강화로 인해 학문적 발전이 저해되고 의료계 카르텔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서울 소재의 한 대학병원 교수도 "정부가 지역과 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상위권 의과대학들에만 이득이 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수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과대학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규제 완화로 인해 서울 및 수도권으로의 인재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특히 서울의대 같은 상위권 대학들은 타교 출신 교수가 그만두면 서울의대 출신으로 채우는 일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이 지방이나 중하위권 대학에는 실질적으로 도움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인재양성정책과 관계자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 "입법 예고 당시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면 참고했을 것"이라면서도, 법 개정 과정에서 여러 요소를 고려했다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또한 "관계 부처인 보건복지부와도 개정안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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