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재활치료 수가 신설 요구…의료진 노력만으로는 한계

한국, 중환자 재활치료에 대한 제도적 지원 부족…의료진의 자발적 노력에 의존
중환자재활학회, 보건복지부와 수가 신설 논의…변화의 희망 엿보여
"재활치료 수가 신설돼야 의료진 노력 실현 가능"…국제 기준 도입 필요성 강조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여전히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수가 체계 등 의료 제도가 이런 방식으로 형성되다 보니 의료진의 노력도 한계에 부딪히기 일쑤다.



중환자 재활치료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선진국에서는 중환자 치료에 재활치료를 포함하여 환자의 신체 기능 저하를 최소화하는데, 이는 제도적 지원과 수가 체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중환자 재활치료를 위한 수가 체계나 제도적 지원이 전무하며, 의료진의 자발적인 노력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환자실의 의료진들은 이러한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 꾸준히 수가 신설과 제도 개선을 요구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후진국형 중환자실’의 현실이 명확하게 드러났으며, 많은 이들은 이를 계기로 제도가 변화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전히 별다른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진전은 있다. 대한중환자재활학회는 지난 7일 보건복지부와의 간담회에서 '중증환자 재활치료 수가' 신설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만남은 두 번째 논의 자리로, 중환자재활학회는 "이번에는 '중환자 난민 시대'를 끝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학회는 지난 16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개최된 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현재 중환자 재활치료의 현실을 지적하며 4년째 꾸준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록 아직 큰 변화는 없지만, 올해는 복지부와 수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만큼 작은 희망이 있다고 전했다.

중환자실에서는 환자들이 생명 유지를 위해 여러 치료 장비에 연결되어 움직임이 제한된다. 이러한 상황은 섬망을 유발하기도 하여, 환자의 안전을 위해 신체 억제대를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중환자실에서 일주일 이상 치료를 받으면 젊은 환자도 근육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걷기가 어려울 정도가 된다. 이러한 신체 기능 저하와 운동 능력 손실, 삼킴 장애, 인지 장애 등을 '집중치료 후 증후군(Post Intensive Care Syndrome, PICS)'이라고 한다.

이러한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 바로 재활치료다. 중환자재활학회에 따르면, 중환자실에서 조기에 재활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신체 활동과 호흡 지표가 더 빠르게 회복된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담당 의사와 재활의학과 의사 간 협진이 필요하며, 물리치료사도 필수적이다. 또한 재활치료 도중 환자가 착용한 인공호흡기나 체외순환장치 등이 문제없이 작동하도록 돕는 인력도 필요하다. 즉, 중환자 1명의 재활치료를 위해 2~3명의 인력이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많은 자원과 노력이 필요한 중환자 재활치료에는 별도의 수가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단순운동치료와 복합운동치료라는 수가가 일부 적용되긴 하지만, 이는 대상과 시간의 제한이 크며, 수가 자체도 매우 낮다.


단순운동치료는 하루 1회 10분으로 수가가 6,290원에 불과하며, 기구를 사용하는 복합운동치료는 30분 동안 가능하지만, 중환자에게는 준비 시간이 길어 실제 치료 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복합운동치료의 수가는 9,850원으로, 준비와 치료에 소요되는 인력과 자원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박진영 홍보이사(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는 "단순 및 복합운동치료 수가는 내과 환자에게만 적용 가능하고, 외과계 중환자는 소외될 수밖에 없다"며 "기구를 사용하는 복합운동치료의 경우 하루 30분을 할 수 있지만, 중환자가 자전거로 재활치료를 받기 위해 장비를 착용하고 준비하는 데만 15분 이상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실제 치료 시간의 부족을 의미하며,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와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중환자재활학회는 별도의 수가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중환자실에는 다양한 질환의 환자들이 입원하기 때문에 질환을 기준으로 수가를 책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학회는 중환자실에서 48시간 이상 재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재활치료 수가를 책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통해 중환자실 가산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박진영 홍보이사는 "복지부와 중증환자 재활치료 수가 신설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앞으로 수가 형태와 범위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며, 시범사업 형태로 수가가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민형 학술이사(부산대병원 재활의학과)는 "현재의 행위별 수가 체계 내에서는 중환자 재활치료를 시행하기 어렵다"며 "다른 형태의 수가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인력 지원도 받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병원 입장에서도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재활치료에 인력을 투입하기 어려운 현실을 언급하며, 의료 현장에서 재활치료 수가 신설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홍석경 회장(서울아산병원 중환자·외상외과)은 "중환자실에는 다양한 진단명을 가진 환자들이 입원하는데, PICS와 같은 문제는 중환자실에서의 장기 체류로 발생하는 쇠약 현상이므로 특정 진단명으로 매칭할 수 없다"며 "따라서 복지부에 재활치료 수가 기준으로 '48시간 이상 재원'을 제시했다.


이는 국제적인 기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미국, 일본, 호주 등 선진국 대부분에서 중환자 재활치료 수가가 별도로 책정되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도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현재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 중에서 중환자 재활치료를 제공하는 병원은 15%에 불과하다. 상급종합병원만 봐도 20%가 되지 않는다"며, "수가가 마련된다면 중환자 재활치료를 시행하는 병원이 늘어날 것이며, 중환자 재활치료에 관심을 가진 의사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가가 마련되지 않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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