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집행부가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을 임원직에서 면직시켰다. 황규석 회장은 제42대 집행부 부회장, 박단 위원장은 정책이사로 활동 중이었으며, 이들은 현 집행부 내에서 회장 불신임 절차를 주도한 인물로 지목됐다. 이번 면직 결정은 집행부 임기 종료가 50여일 남은 시점에서 나온 것이며, 그 배경과 파급력에 의료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지난 18일 오후 황규석 회장과 박단 위원장에게 각각 부회장과 정책이사 직위에서 면직되었음을 공문으로 통보했다. 이들은 모두 임현택 전 회장의 집행부 출범 때부터 임원직을 맡아왔다. 면직 사유로 명시된 근거는 의협 정관 제11조 임원 선출 관련 조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부회장은 회장이 임명하고 대의원총회의 인준을 받아야 하며, 이사는 회장이 임명한 뒤 대의원총회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의협 측은 이번 면직 결정의 이유로, 황규석 회장과 박단 위원장이 "제42대 집행부의 임원임에도 불구하고 회장 불신임 절차를 주도했다"며 "기본적인 신뢰와 상식선을 어긴 행위"로 간주된다고 밝혔다. 의협 박종혁 총무이사는 "집행부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회무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임원직을 먼저 사임한 후 불신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황 회장과 박 위원장의 행동이 부적절했음을 강조했다.

특히 박단 위원장의 경우, 임현택 회장 재임 시절에도 한 번도 상임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이 면직의 추가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이에 대해 박 총무이사는 "정책이사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본인 스스로 정책이사직 수행 의지가 없다고 표명한 셈"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행부가 박 위원장의 직위를 유지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박 총무이사는 또한 "지금은 집행부가 회무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시기"라며 "정치적 이유로 발생한 분란은 조속히 정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집행부 내에서의 불협화음과 정치적 갈등이 현안 해결에 방해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 의협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반면,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은 이번 면직 통보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황 회장은 "이번 면직 결정은 황당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협 부회장으로서의 역할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하며, 이번 면직 처분에 대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황 회장은 면직 결정 자체가 "정관에 근거가 없으며 효력도 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공문에서 인용된 정관 제11조에 따르면, 회장은 상근부회장의 '임면' 권한은 있지만 비상근 부회장에 대해서는 '임명' 권한만 가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정관을 정확하게 살피면, 이번 면직 결정은 처음부터 효력이 없는 행위였다"며 "효력이 없는 행위에 대해 효력 정지를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우선 법률적 검토를 거쳐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집행부는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지르고 있다"며 현 집행부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함께 면직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번 사건이 의협 집행부와 소속 인사들 간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 집행부 임기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불거진 이러한 갈등이 의료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