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수술 후 식물인간 상태된 환자…법원, 의료진에 2억 배상 판결

수술 후 심정지로 식물인간 된 환자…법원, 의료진 과실 인정
의료진, 헤파린 투여와 출혈 관리 소홀…설명의무 위반도 지적돼
법원, 의료진에 2억 원 배상 명령…의료 과실과 설명 부족 판단

광주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유상호)가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진에게 억대의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판결을 내렸다.



심장 수술 후 환자에게 심정지가 발생하여 결국 식물인간 상태에 이른 사건과 관련해, 수술을 진행한 B병원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고 2억 원의 배상 책임을 명령한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9년 1월, 환자 A씨가 B병원의 순환기내과 외래를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심장 이상 증세를 보여 검사를 받았고, 검사 결과 심방중격에 크기 3.32㎝ 및 2.3㎝의 결손이 발견되었다.


또한, 이로 인한 폐동맥 고혈압이 진단되면서 A씨는 5월부터 흉부외과에서 외래 진료를 시작하게 되었다. B병원 의료진은 심방중격결손을 막기 위해 자가 조직 심막을 사용한 심방중격결손 폐쇄술(patch closure of ASF with autologous pericardium)을 계획하였고, 7월 3일 오전 10시부터 약 3시간에 걸쳐 수술을 진행했다.

해당 수술은 환자에게 심장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심장 정지액을 주입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신체 조직들이 계속 혈액을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심폐바이패스(체외순환)가 필요했다. 인공심폐기를 사용해 심장과 폐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환자의 혈액을 산화기를 통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여 전신으로 공급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혈액의 응고를 방지하기 위한 항응고제인 헤파린의 투여였다. B병원은 A씨에게 헤파린 136.8㎎을 투여했으며, 이후 헤파린의 항응고 작용을 중화하기 위해 프로타민 205.2㎎을 추가로 투여했다. 수술이 종료된 후, A씨는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당시 혈압은 130~61㎜Hg로 정상 범위에 있었으며, 혈색소 수치도 12.8g/㎗로 측정됐다.

그러나 수술 후 A씨는 통증과 메스꺼움, 구토 증상을 보였다. 이에 의료진은 항구토제와 마약성 진통제 페티딘을 처방하였다.


이후 A씨의 혈압은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했고, 7월 4일 새벽에는 혈압이 59~45㎜Hg까지 떨어졌으며, 혈색소 수치도 지속적으로 감소하였다. 오전 7시에는 A씨의 상태가 악화되어 의식 저하와 빈호흡 증상이 나타났다. 이에 의료진은 오전 7시 55분부터 농축 적혈구 수혈을 시도했지만, A씨의 상태는 계속 악화되었고 결국 심정지가 발생하였다.

A씨는 의료진의 심폐소생술을 통해 10여 분 만에 심장 순환을 회복했으나, 그 결과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A씨의 보호자들은 병원 측의 과실로 인해 A씨가 식물인간 상태가 되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보호자 측은 "의료진이 수술 당시 환자의 체중에 비해 권장량을 초과하는 헤파린을 투여했고, 이후 환자의 출혈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혈색소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등 저혈량성 쇼크 증상이 있었음에도 의료진이 적절한 수혈과 추가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보호자 측은 "심정지가 발생한 후에도 의료진이 저체온요법을 시행하지 않고 머리에 아이스팩만 올려두는 수준의 조치를 했다"며 의료진의 대응이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그들은 이 모든 과정에서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병원 측은 이에 대해 억울함을 표명하며, 의료진이 권장량의 헤파린과 프로타민을 투여했으며, 예상치 못한 심정지와 저산소성 뇌손상은 인공심폐기 사용이나 환자의 기저질환인 폐동맥 고혈압 등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료진은 수술 후 출혈이 서서히 진행되었으며, 이것이 활동성 출혈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병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환자의 혈액검사 수치와 의료 전문가의 감정 결과 등을 종합한 결과,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의 심정지 원인은 헤파린 재활성화로 인한 것으로 보이며, 의료진이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았고 출혈 가능성을 간과했다"고 판시했다. 또한, 재판부는 "A씨가 수술 후 빈혈, 의식 저하, 빈맥 등 저혈량성 쇼크 증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설명의무 위반 또한 인정되었다. 법원은 "의료진이 환자에게 심정지와 저산소성 뇌손상 등 위험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명의무를 위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A씨의 상태를 고려했을 때, 헤파린 재활성화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 있었더라도 A씨가 수술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았다고 보아,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배상 책임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수준으로 제한했다.

결과적으로, 광주지방법원은 B병원 의료진에게 2억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명령하며 의료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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