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마취제 투여로 환자 사망
법원, 의사의 마취과정에서의 과실 인정
유가족, 의사 과실 주장하며 4억여원 손해배상 요구
만성부비동염 환자가 수술 중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뇌사 상태에 빠지고 결국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의사에게 8400만원의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의사가 사용한 마취제 미다졸람과 프로포폴의 투여량이 과도했으며, 그로 인해 환자의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저하되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판단이다.
2019년 4월 11일, 50대 남성 A씨는 서울 노원구에 있는 이비인후과의원에서 의사 B씨에게 만성부비동염 진단을 받고 비중격교정술을 받았다.
A씨는 고혈압과 천식을 앓고 있었고, 2016년에는 물혹 제거 수술을 받은 이력이 있었다. 이후 A씨는 B씨 의원을 여러 차례 방문해 유사한 수술을 계속 받았으며, 2021년 9월 23일에도 수술을 받기 위해 의원을 찾았다.
수술 당일, 의료진은 A씨에게 심전도검사, 혈액검사, 폐기능검사 등을 진행하고, 11시 30분부터 수술을 시작했다.
수술 중 A씨에게 마취제로 미다졸람 5mg과 리도카인 2앰플을 투여했으나,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자 추가로 프로포폴 4cc와 리도카인 2앰플을 더 투여했다. 프로포폴은 정맥마취제로, 미다졸람의 효과가 부족할 경우 소량 추가 투여될 수 있다.
하지만 약물 투여 후, A씨의 산소포화도가 90% 이하로 떨어졌고 호흡이 어려워졌다. 의료진은 기도를 확보하고 벤토린 네뷸라이저 등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했지만, 환자의 산소포화도는 85%로 여전히 낮았다.
환자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심폐소생술을 시작하고 119에 신고했다. 당시 A씨의 산소포화도는 70%였다. 이후 A씨는 기관내삽관을 받고 산소를 공급받으며 심폐소생술을 받았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된 후 혼수상태에 빠졌다. 결국 A씨는 9월 26일 사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A씨의 사인은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인한 뇌사 상태에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A씨의 유가족은 B씨를 상대로 의료상 과실을 주장하며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A씨의 유가족은 B씨가 환자의 기저질환인 고혈압과 천식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산소성 뇌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마취제를 과도하게 투여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마지막 수술 직전 혈압이 178/119mmHg로 매우 높았음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수술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A씨의 연령과 체중, 기저질환을 고려해 미다졸람과 프로포폴의 투여량을 결정해야 했으나, 이를 주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수술 당시 응급상황에 대비한 별도의 인력이나 장비도 충분히 구비되지 않아 환자가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4억여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요구했다.
그러나 경찰은 B씨의 수술 행위에 과실이 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사건을 불송치 결정했다.
법원은 수술 전 사전검사와 준비 상황 등에서 의료진의 과실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술 전 환자의 혈압이 높게 측정되었지만, 의사가 혈압강하제를 투여하고 심전도검사, 혈액검사, 폐기능검사를 진행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본다”며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수술 중 산소포화도 저하가 시작되자 즉시 기도를 확보하고, 네뷸라이저를 사용하는 등의 응급처치를 한 점에서 과실이 있었다고 보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마취제인 미다졸람과 프로포폴의 과도한 투여량이었다. 법원은 미다졸람의 경우 60세 미만 성인에게는 천천히 증량해서 투여해야 하며, 초회량은 0.035mg/kg 정도로 투여하고, 이후 환자의 반응을 보며 서서히 증량해야 한다고 밝혔다.
A씨의 경우 미다졸람 초회량이 2.17mg으로 과도하게 투여된 것으로 보이며, 이는 섣불리 과다한 용량을 투여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또한, 프로포폴의 경우 1020mg을 환자의 반응을 보며 25분 간격으로 반복투여해야 하지만, B씨는 5mg을 한 번에 투여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법원은 미다졸람과 프로포폴 두 약물이 모두 호흡 억제와 관련이 있어, 투여 방법을 지키고 환자의 활력 징후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B씨는 환자의 상태나 반응에 대해 별다른 고려 없이 두 약물을 연속적으로 투여하고 바로 수술을 시작한 점에서 과실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B씨에게 8400만원의 배상책임이 부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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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