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목적사업준비금 활용 논란, 세브란스병원 5551억원 기록

병원계, 고유목적금 활용에 신중…경영 목적 사용 시 법인세 추가 부담 우려
대형병원들, 고유목적금으로 분원 설립 및 외형 확대 추진
한지아 의원, 고유목적금 활용을 위한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 촉구

전공의 사직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병원들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 활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세브란스병원이 가장 많은 고유목적금을 적립한 병원으로 주목받았다. 세브란스병원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무려 5551억원에 달하며, 이는 병원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영남대병원이 1757억원, 순천향대 천안병원이 828억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인제대 부산백병원과 건국대병원은 각각 653억원과 707억원으로 상위권을 차지한 반면, 중앙대병원은 고유목적금이 0원을 기록했고, 동국대경주병원과 동의대병원은 각각 52억원과 22억원으로 하위권에 위치했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비영리법인인 대학병원들이 시설 투자, 교육, 건물과 토지 매입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적립하는 자금으로, 이를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법인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한지아 의원(국민의힘)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5개 대학병원 중 18곳의 고유목적금은 평균 38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건강보험 급여비 선지급이 이루어진 것과 달리,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이를 미투입 상태로 두는 것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병원 구성원들의 고통을 외면한 처사라고 지적하며, 고유목적금을 다른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경우 법인세 추가 납부와 사업 추진 연기 등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어 병원계는 이를 극도로 꺼리고 있다.

병원계 관계자는 고유목적금을 경영 목적에 사용하려면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비영리법인은 미래 투자를 위한 고유목적금 사용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경영 목적에 투입할 경우 추가 세금과 기타 사업의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형 병원들이 고유목적금을 계속해서 쌓아두는 이유 중 하나는 외형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분원 설립이 목적이다. 연세의료원은 용인세브란스병원에 이어 인천 송도세브란스병원 설립을 추진 중이며, 서울아산병원은 인천 청라, 서울대병원은 경기 시흥에 분원을 설립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고려대병원, 아주대병원, 인하대병원, 경희대병원 등이 분원 설립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총 6600개 병상 규모를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수도권 병상 개설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으나, 분원 설립 계획은 여전히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된다. 또한, 피감 정부기관장들은 의정갈등 종료 시기를 예측할 수 없으며, 건강보험공단은 병원 선지급금 상환을 연장할지 여부를 논의 중이다.

한지아 의원은 "병원들이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인건비 등 결손 보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인세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법적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병원들의 경영 위기를 해결하고, 의료계의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부의 정책이 전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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