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법무법인 하정 통해 법적 대응 돌입
“의무사관후보생만 일반병 입대 금지는 형평성 침해”
최재형 변호사,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 비판 이어 법적 지원까지 나서
정부의 군 복무 정책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사직전공의들의 행정소송과 헌법소원이 빠르면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공중보건의사 입영이 지난 13일 이뤄진 데 이어 오늘(17일)은 군의관 입대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전공의들의 병역 문제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의무사관후보생의 장교 신분 포기 문제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 제120조에 따르면 법무·군종·수의사관후보생 등 다른 직역 후보생은 장교 신분을 포기하고 일반병으로의 입대가 가능하다.
반면 의무사관후보생(의사·치과의사·한의사)은 장교 신분 포기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에 따라 전공의들은 자신들의 병역 형태 결정권과 입대 시기 선택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직전공의들을 대표해 법적 대응에 나선 대한의사협회는 지난주 상임이사회를 통해 법률대리인으로 법무법인 하정을 선정했다. 하정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전 국민의힘 의원)이 소속된 로펌이다. 최재형 변호사는 이미 전공의들이 정부와 병원을 상대로 진행 중인 손해배상 및 퇴직금 소송에도 깊이 관여한 바 있다.
특히 최재형 변호사는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방침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최근 “정부가 의료계와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보건복지부 장·차관 교체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소송에도 최 변호사가 참여하면서 전공의 병역 문제와 관련한 정부 정책 비판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소송에서는 병역법 시행령 상의 형평성 문제 외에도 최근 국방부가 신설한 '현역 미선발자' 개념으로 인해 전공의들의 권리가 침해된 부분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진다. 국방부는 지난해 병역의 형평성 확보라는 이유로 '현역 미선발자' 개념을 도입하면서 전공의들의 입대 시기를 최대 4년까지 연기하는 훈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입영 희망자들의 입대 시기 선택권이 박탈되는 등 실질적인 권리 침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한 사직전공의는 “병역 형태뿐 아니라 입대 시기마저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국방부의 개정 훈령은 헌법상 보장된 개인의 평등권과 자유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박지용 교수(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의무사관후보생만 유독 장교 신분 포기를 금지한 것은 헌법적 평등권 침해 소지가 충분히 있다”며 “다른 직역 후보생과 비교할 때 불합리한 차별적 요소가 크다”고 법적 타당성을 설명했다.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행정소송은 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로 빠르면 이달 안에 착수할 예정이며, 헌법소원은 원고 모집이 끝나는 즉시 추가로 진행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무법인 하정은 이번 법적 대응을 통해 정부의 병역 관리 정책이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받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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