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술 중 과실·설명의무 위반 인정…위자료 등 지급하라"
안면마비 원인 놓고 의료진-환자 법정 공방 치열
법원, '침 치료는 무면허 의료행위' 주장 기각
대학 시절 미용성형수술을 받고 안면마비 증상이 나타난 한의사가 수술을 집도한 외과 전문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최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한의사 A씨가 부산 해운대구 소재 C의원을 운영하는 외과 전문의 B씨를 상대로 낸 의료사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B씨가 A씨에게 위자료 1,500만원을 포함한 총 5,696만8,877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무면허 의료행위 등 나머지 청구는 기각됐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8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의대 학생이던 A씨는 외모 개선을 목적으로 B씨가 운영하는 C의원에서 광대와 볼 부위에 아큐스컬프 레이저 지방흡입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우측 얼굴 부위에서 감각 이상과 마비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이후 A씨는 수술을 받은 C의원뿐 아니라 여러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 치료를 시도했으나 증상은 계속 악화됐다.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외과 전문의 B씨는 2020년 4월 A씨에게 전기 침 자극 치료를 제안했다. B씨는 수면 마취 후 A씨의 안면 부위에 침을 꽂아 전기 자극을 가했으나, 증상은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같은 해 10월 다른 병원에서 받은 전기진단검사를 통해 A씨는 우측 안면마비 진단을 받았다.
이에 A씨는 수술 과정에서 외과 전문의 B씨가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우측 안면부 신경을 손상시켰고, 수술로 인한 영구적인 안면마비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동의서를 받은 점 등을 지적하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A씨는 B씨가 한의사 면허 없이 침과 전기 자극을 이용한 한방 치료를 시행했다며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A씨가 요구한 배상금은 위자료 5,000만원을 포함해 약 1억9,400만원에 달했다.
이에 대해 B씨 측은 A씨가 수술 후 약 3주 뒤 해외여행을 다녀온 점을 언급하며,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안면마비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A씨가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해 추가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안면 신경이 추가 손상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수술 과정의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을 일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의 안면마비가 수술로 인해 신경이 손상된 부위와 정확히 일치한다"면서 "수술 과정 중 신경을 손상시켰다는 신경외과 전문의의 감정 결과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안면마비가 일반적인 합병증으로 보기 어렵고, 다른 병원에서의 과실 가능성도 없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특히 설명의무 위반과 관련해 재판부는 "C의원에서 작성한 동의서는 직원이 미리 태블릿 PC에 저장된 내용을 A씨에게 제시하고 서명만 받은 형식이었다"며 "의사인 B씨가 직접 A씨에게 안면마비와 같은 심각한 합병증에 관해 설명한 흔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것으로 봤다.
반면, B씨가 침을 이용한 치료법을 시도한 것이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전기 침 치료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치료 방식이며, 이 사건만으로 외과의사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법원의 이번 판결에 따라 외과 전문의 B씨는 A씨에게 정신적 손해에 따른 위자료를 포함한 배상금 약 5,7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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