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생협 재무상황·이사회 활동 등 의무적 경영 공시
불법 의료기관 개설 사전 차단 효과 기대
공정위 "법 시행으로 소비자 피해 예방 강화할 것"
그동안 사무장병원 개설 등 불법행위의 온상이었던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으로 의료생협의 주요 경영 사항을 국민에게 의무적으로 공개하게 돼 불법 의료기관 개설 및 보험사기 등 각종 위법행위를 막는 효과가 기대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7일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면서 "의료생협의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고 표준화된 공시 체계를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간 의료생협은 조합원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한 형태로 운영됐지만, 경영 사항을 외부에 의무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없었다. 이로 인해 일부 의료생협이 재무 상황이 악화돼 있어도 소비자가 이를 인지하기 어렵고, 미리 지불한 진료비와 출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이번 법 개정으로 의료생협은 앞으로 매년 결산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사업결산 보고서, 정관·규약·규정, 총회 및 이사회 활동 상황 등 주요 경영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특히 공정위는 경영 정보 공개가 영세한 의료생협의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영공시 사항을 표준화하고, 의료생협들이 이를 한곳에서 쉽게 공시할 수 있도록 통합공시 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생협이 경영공시를 하지 않거나 공정위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할 경우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법안은 정부 이송 후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되며, 오는 2026년 회계연도부터 본격 적용된다. 이에 따라 결산일이 2026년 12월 31일인 의료생협의 경우, 2027년 4월 말까지 관련 정보를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
의료생협은 과거 사무장병원 개설의 주요 통로로 악용돼 왔다. 의료인이 아닌 자가 의료생협을 설립한 뒤 이를 명목상으로만 운영하면서 실제로는 병원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국민건강보험에서 요양급여비를 부당하게 편취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2021년 울산지방법원은 허위 서류를 이용해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한 뒤 무려 241억 원의 요양급여비를 부정 수급한 병원 운영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이들은 허위 회의록 작성과 조합원 명의 도용 등 서류를 위조해 의료생협 설립 인가를 받은 후, 요양병원을 통해 거액의 보험급여를 부정하게 타냈다.
이뿐 아니라 의료생협을 이용한 보험사기 사례도 있었다. 대전의 한 의료생협은 도수치료를 빙자한 허위 보험금 청구로 약 1,700만 원의 보험금을 편취했고, 해당 의료생협 임원들은 결국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들이 반복되면서 의료생협의 운영 투명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의 통과로 의료생협의 재무 상태와 운영 현황이 의무적으로 공개되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의료생협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어 사무장병원 등 불법행위를 사전에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정 법률이 공포되는 즉시 하위 법령을 신속히 정비할 예정"이라며 "의료생협이 본래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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