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방사선 촬영한 간호조무사 자격정지 부당"…복지부 처분 취소

"의사 지시 따른 진료 보조,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기 어렵다"
의료법·의료기사법 위반 증거 부족 지적
의사보다 더 무거운 처벌 '형평성 어긋나' 판단

의료기사 면허 없이 방사선 촬영을 했다는 이유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간호조무사에게 법원이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해당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단정할 수 없으며, 의사 지시에 따라 진료를 보조한 간호조무사에게 더 무거운 처분을 내린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봤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최근 간호조무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면허 자격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경기도에 있는 한 의원에서 근무하며 의사의 지시에 따라 환자 201명을 대상으로 방사선 촬영 업무를 수행했다. 당시 A씨는 간호조무사 자격만 있었을 뿐 의료기사 면허는 없었다.


이에 대해 해당 의원의 의사는 2022년 11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교사죄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A씨에 대해서는 초범이며 의사 지시에 따랐다는 점을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검찰의 처분과 별개로 보건복지부는 A씨가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간호조무사 자격정지 1개월 15일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처분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제기했으나 기각되자 결국 법원의 판단을 구하게 됐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A씨의 행위를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법상 의사는 의료기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간호조무사는 의사의 지시와 감독 아래 '진료 보조' 형태로 의료기사 업무를 지원할 수 있다"며 "이러한 행위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A씨가 방사선 촬영 과정에서 단순한 보조 역할을 넘어 주된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며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의료기사 면허 없이 독자적인 의료행위를 했다는 점을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원은 보건복지부의 처분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봤다. 방사선 촬영을 지시한 의사는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까지 받았음에도 면허 자격정지 기간이 15일에 그쳤으나, 단순히 지시를 수행한 간호조무사에게 1개월 15일의 더 무거운 처분이 내려진 것은 과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주된 책임이 있는 의사의 처분보다 보조 역할을 한 간호조무사의 처벌이 더 무겁게 내려진 것은 비례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결하며 A씨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전부 취소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지난 1월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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