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범위 축소한 복지부 조치 제동… 의료 현장 진단 행위 제한 논란
의료기기 제조사도 소송 제기 자격 인정받아… 경제적 손실 우려 반영
법원 “통합적 진단행위, 단순 근육량 측정과 구분해야”
서울행정법원이 근감소증 진단에 활용되는 신의료기술에 대해 별도의 건강보험 수가를 인정하지 않은 보건복지부의 고시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진료 현장에서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의료행위 범위를 점차 축소해온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거는 의미 있는 결정으로 평가된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의료인 A씨와 의료기기 제조사 주식회사 B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복지부가 2023년 9월 발표한 고시 중 해당 신의료기술 진료 관련 내용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해당 기술은 부위별 다주파수 임피던스 분석법을 통해 근육량을 정밀 측정하고, 근력 및 신체 수행 능력 평가를 병행해 근감소증을 진단하는 통합적인 진단 방법이다.
문제가 된 의료행위는 2019년 아시아 근감소증 진단그룹(AWGS)의 기준을 바탕으로 평가되며, 2021년 보건복지부 고시를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공식 인정받은 바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2023년 개정 고시에서 이 진단행위를 기본 진료료에 포함시켜 별도의 수가 산정과 청구를 금지했다. 이로 인해 의료기관에서는 해당 검사를 비급여로 청구할 수 없게 돼, 근감소증 환자 관리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현장의 우려가 제기됐다.
재판 과정에서 복지부는 의료기기 제조사 B가 소송 제기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회사가 요양급여 신청과 신의료기술 평가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인정받은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한, 이번 고시 조치가 유지될 경우 병원들이 해당 장비 구매를 중단할 가능성이 있어 제조사에 실질적이고 중대한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복지부가 이 의료행위의 본질을 지나치게 축소 해석한 점에 주목했다. 복지부는 이를 단순한 근육량 측정으로 한정했으나, 실제로는 근력 및 신체기능 평가를 포함한 통합적 진단행위로서 기존의 체성분 분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 장비가 체육시설 등 비의료 환경에서도 사용된다는 점과 기존 검사 항목과의 유사성을 들어 별도 수가 인정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으나, 재판부는 이러한 점이 의료행위 본질을 왜곡하는 요소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법원은 의료목적과 비의료목적 활용의 차이를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복지부가 임상적 유용성은 인정하면서도, 업무량·자원투입·위험도 등 수가 산정의 중요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지 않은 점도 위법 사유로 판단됐다. 이는 요양급여 대상 여부와 상대가치점수 산정 기준을 혼동한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해당 신의료기술은 근감소증 진단을 위한 통합 평가 행위로, 단순 체성분 분석과는 본질적으로 구별된다”며 “복지부 고시는 사실관계와 기준 적용에 중대한 오류가 중첩된 위법한 행정처분”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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