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병원내 의료인 폭행 사건...근본적인 대책 마련 시급

- 의료기관 내에서 진료 중인 의료인에게 폭행· 협박을 가한 가해자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폐지, 가해자를 환자로서 치료·보호해야 하는 역전현상 해결 등이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 환자를 대면하는 의료진의 생명을 위협하는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수립해야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가 환자 보호자로부터 흉기로 습격당한 사건에 이어, 지난 24일에는 부산대병원 응급실에서 60대 취객이 진료절차에 불만을 품고 방화를 시도한 사건이 발생하자 의료계는 분노를 쏟아냈다.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는 27일 성명을 내고 "응급상황으로 이송된 환자가 치료를 받는 공익적 장소이자 병원의 가장 위급한 공간인 응급실 내에서 고의적인 방화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협은 특히 응급실에는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산소공급장치 등 폭발·인화 물질이 있고, 통상 병원 1층에 위치해 대형 재난에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번 사건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진료에 임하고 있는 의료인에 대한 중대한 위해임과 동시에 응급실 환자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한 생명을 위협한 사건으로, 의료인 및 의료기관에 대한 폭력·방화 등 강력범죄가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응급실을 비롯한 진료현장에서의 폭력행위는 응급환자 등의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응급의료종사자를 비롯한 의료진이 상해를 입을 경우 2차적으로 다른 응급환자가 응급처치를 받을 수 없는 심각한 응급의료 중단으로 이어져 결국 응급실 등이 마비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범죄 억제의 실효성을 높일 구조적 지원과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의료기관 내에서 진료 중인 의료인에게 폭행· 협박을 가한 가해자에 대한 반의사불벌죄 폐지, 가해자를 환자로서 치료·보호해야 하는 역전현상 해결 등이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협은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야만적인 폭력범죄가 응급실 등 공익적 의료현장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즉각적인 중재안과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작동시킬 것을 재차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도 긴급성명을 통해 응급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 응급 의료 현장이 보다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정부 당국이 책임감독의 의무를 다해 달라고 요구했다.


의사회는 "지금까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폭력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졌다"며 "형량 하한제, 심신미약 무관용 원칙 등 강력한 조치들이 발표됐지만, 실제 진료현장은 1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처벌이 강화돼 경찰이나 검찰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입건하는 것을 꺼려하고, 응급의료인에 대한 폭력이 발생해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응급의료 현장은 병원 내 다른 장소보다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장소"라며 "폭력이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피해자인 의료인에 그치지 않고 모든 응급환자들에게 미친다"고 우려했다.이어, "진료현장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사전에 예방하고 폭력이 발생할 경우 빠른 격리와 현장의 안정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보여주기식 성의없는 대책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또한 지난 25일 정기평의원회를 열고 최근 잇따른 의료진 및 의료기관 폭행·방화 사건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했다.

대개협은 "국민들이 안전하게 치료를 받아야 할 의료현장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정부나 국회는 왜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하고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없이 개인의 단순 일탈이나 범죄 행위로 치부하며 솜방망이 처벌로 그친다면, 정부나 사법 당국은 물론이고 이를 방관한 모두가 대한민국의 건강권을 해치는 공범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는 특별법을 만들어 모든 의료기관을 안전구역으로 선포하고, 의료진에게 위해를 가하는 범법행위는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공공의 범죄로서 관용 없이 처벌해야 한다"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그러면서 "환자를 대면하는 의료진의 생명을 위협하는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면서 "이에 필요한 안전 장비와 인력을 정부에서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환자를 대면하는 의료진에게 적절한 위험수당을 지급하고, 폭행에 희생된 의료진과 의료진 가족에 대한 현실적이고 충분한 보상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들은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안전한 의료 환경이 만들어지는 그날까지 투쟁을 불사할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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