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4 동맹’ 예비회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미국에 전달하면서 반도체업계가 이에 따른 여파가 미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8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최근 미국 측에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관련 부처와 잘 살피고 논의해서 우리 국익을 잘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한국, 일본, 대만과 함께 ‘칩4 동맹’을 결성을 계획하고 있다. 팹리스(미국), 파운드리(한국, 대만), 소재 및 장비(일본)에 강점이 있는 4개국을 모아 반도체 협업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4개국 협력 강화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과 선을 긋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나라 반도체의 수출액의 60% 가까이를 중국(홍콩 포함)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생산시설과 쑤저우에 테스트ㄱ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공장, 충칭에 후공정 공장, 다롄에 낸드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칩4’에 가입할 경우 중국이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자칫하다간 제2의 사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앞서 중국의 공산당 일간지인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와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은 미국의 위협에 맞서 ”NO“라고 말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1280억 달러 중 중국과 홍콩에 대한 수출이 60%에 이른다”면서 “이렇게 큰 시장과 단절하는 것은 상업적 자살행위나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셈법이 굉장히 복잡한 상황”이라며 “‘칩4’ 가입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은 즉각적으로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칩4’에 가입하면서도 중국과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