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입니다’ 보이스피싱에 41억 털린 의사... 역대 최대금액 피해

- 검사, 금감원 직원, 검찰수사관까지 사칭... 먼저 신상정보 언급하며 공무원증 보내와 의심 못해
- 기관사칭 보이스피싱 수법 작년 대비 크게 늘어... 각별한 주의 필요

한 의사가 검찰과 금융감독원 직원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죄에 예금·보험·주식·가상자산 등 총 41억 원의 피해를 본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단일 보이스피싱 사건 기준으로는 공식적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피해를 본 사건이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40대 의사 A씨는 스스로를 서울의 한 지방검찰청 검사라고 사칭한 일당의 연락을 받았다. 검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B씨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A씨의 계좌를 보이스피싱 자금세탁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협조하지 않으면 구속수감하겠다고 협박했다.

B씨는 중국 동포의 억양 전혀 없이 이미 A씨의 이름과 신상정보를 모두 알고 있었다. B씨의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에는 검찰청 이미지가 등록되어 있었고 본인의 검사 공무원증을 보여주며 A씨에게 본인을 인증했다.


▲ 출처 : 경찰청

이 과정에서 B씨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하여 구속영장과 공문을 보여줬다. 물론, 이는 위조된 서류였다. 실제로는 검찰이나 경찰 등 그 어떤 수사기관에서도 카카오톡 약식조사 및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는다.

범죄조직은 나아가 보안프로그램이라며 속여 ‘악성 앱’와 연결되어 있는 사이트의 링크를 보내 A씨의 휴대폰에 앱이 설치되었고, A씨의 모든 개인 정보가 B씨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연락처와 문자메세지, 최근 통화목록 등 범죄조직이 모두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강제수신 및 강제발신 기능도 설치되었다. 악성 앱이 설치된 휴대전화는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 등 국가기관 어디에 신고를 위해 전화를 걸어도 범죄조직으로 연결된다.

앱이 설치된 걸 확인한 B씨는 “의심이 되면 직접 확인해 보라”고 말하며 A씨가 금감원 홈페이지로 나온 번호로 전화를 걸도록 유도했다. 악성 앱이 설치된 A씨의 휴대폰은 금감원 전화번호로 통화를 걸어도 다른 조직원 C씨에게 연결되었다. C씨는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후 “A씨의 계좌가 범죄에 사용됐다”며 확인해줬다.

이후 B씨는 A씨에게 앞으로는 검찰수사관이 해당 사건을 조사한다고 알려왔으며, 또다른 공범 D씨가 연락을 취해왔다. 본인을 ‘검찰수사관’이라 소개한 D씨는 A씨에게 “대출을 실행해 실제 출금을 해야 명의가 범행에 연루되었는지 파악할 수 있다”라며 “대출을 받아 지시하는 돈을 전달하라”고 했다. 전달한 자금은 모두 확인 절차를 거쳐 범죄 연관성이 없다고 판명되면 돌려주겠다고도 말했다.

결국 A씨는 이들의 말에 속아 대출받았다. 기존의 예적금, 보험 등을 모두 해약해 현금화한 뒤 여러 은행 지점들을 돌며 현금까지 인출했다. 현금을 모두 인출한 후 수사관(D씨)이 지정해준 장소로 가자 또다시 자칭 ‘금감원 직원’이 나와 있었다. 그에게 찾아온 현금을 모두 전달한 것에 모자라 계좌로도 돈을 입금했다.

피해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A씨는 지난달 경찰에 신고했지만 범죄조직은 이미 A씨의 전 재산을 털어간 뒤였다. 심지어 범죄조직은 아파트 담보대출과 개인차용 등으로 A씨에게 채무까지 발생시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전체 보이스피싱 피해건수에서 기관사칭형이 차지하는 비중이 37%에 육박해 지난해(21%) 대비 큰 상승폭을 보이고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수사기관은 공문서를 절대 사회관계서비스(SNS)나 메신저로 보내지 않는다”면서 “특히 자산 검사 등을 이유로 현금·가상자산·문화상품권을 요구하면 100% 사기이기 때문에 전화를 끊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서 “첨단 기술을 사용해 속이기 때문에 직업이나 학력과 무관하게 누구든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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