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일제강점기 때 한국에 본점 없던 일본 회사 재산, 국가 귀속 가능”

- 1,2심 "지분 및 주식을 제외하고, 부동산은 일본 회사의 고유 자산" ...대법원에서 원심 파기, 환송
- 대법원 "한국에 주된 사무소 또는 본점이 있었던 일본 법인에 해당하는지 먼저 판단해야"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에 본점이 없었던 일본 법인들이 소유한 국내 부동산에 대해 대한민국에 귀속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한국농어촌공사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 등기 소송에서 농어촌공사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저수지 인근에는 제방으로 사용되었던 땅이 있었다. 이 땅의 토지 대장에는 한 일본 회사가 1920년 땅의 소유권을 이전받았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이 일본 회사는 당시 본점이 일본 도쿄에 있었다.

이후 해방이 된 후 관청에서 이 땅을 관리하다가 1977년 농촌근대화촉진법에 따라 인근 농지개량조합으로 관리권이 다시 이관되었다. 농지개량조합은 한국농어촌공사의 전신이다. 그런데 정부에서 2021년 3월 광주 광산구의 요청으로 국가 땅으로 소유권 보존 등기를 마쳤다. “저수지 인근 땅은 일본 법인 명의의 미등기 토지라 국가 귀속 재산”이라는 취지였다. 이에 농어촌 공사는 “해당 땅을 관리해온 우리에게 토지소유권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에서는 소송의 대상이 된 저수지 인근의 땅은 소유권이 대한민국과 농어촌공사 어디에도 없다고 판단했다. 1920년 이전받은 일본 회사에 있다고 봤다. 1심과 2심은 귀속재산처리법 2조 3항 ‘1945년 8월 9일 이전 국내에서 설립된 일본 영리 법인의 주식이나 지분은 귀속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규정된 점을 근거로 “주식이나 지분만 귀속될 뿐 부동산은 국내에서 설립된 일본 회사 고유 자산”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토지 대장에 나온 땅 소유자가 일본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국가 귀속 재산이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며 사건 결과를 뒤집고 환송했다. 대법원은 “‘국내에서 설립된 일본 영리 법인‘이란 국내에 주된 사무소나 본점을 두고 설립된 법인을 의미한다”면서 “광주 광산구 땅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던 일본 회사가 ’국내에 주된 사무소 또는 본점을 두고 설립된 영리 법인‘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해방 전부터 일본 법인이 소유했던 국내 소재 부동산 등 재산이 귀속 재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을 대법원이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의의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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