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해시 천연기념물 ‘우영우 팽나무’ 실제로도 천연기념물 됐다

- 자연유산적 가치에 더해 역사성과 무형유산적 가치까지 매우 높은 평가 받아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통해 실제 나무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경해도 기영시 소덕동에 있는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 됐으며, 문화재청은 이 팽나무가 역사성과 경관성, 심미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생육상태가 양호애 자연유산으로서도 매우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올해의 최고 화제작이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8회차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극중 언론보도이다. 지난달 21일 방영된 8회는 드라마가 종영되고 일주일이 조금 더 지난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경해도 기영시 소덕동’을 ‘창원시 북부리’로 바꾸면 극중 보도내용이 그대로 현실에서도 이뤄지게 됐기 때문이다.


▲ 출처 : 문화재청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마을을 관통하는 도로개발로 인해 존폐 위기에 처한 마을을 구하는 소덕동 팽나무의 실제 모델인 창원시 북부리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 드라마에서처럼 인구 소멸, 지역 개발과 같은 자연파괴 위협속에서 지역공동체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문화유산이라고 문화재청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5일 문화재청은 전날(24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제7차 천연기념물분과 문화재위원회에서 창원시에서 보호수로 관리중인 팽나무를 오는 30일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 하기로 결정했다. 30일 간의 예고 기간 동안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문화재위원회의 심지를 통해 6개월 내에 천연기념물로 최종 지정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문화재청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알려진 팽나무의 범국민적 관심을 반영하여 식물과 전통조경 분야의 천연기념물분과 문화재위원 3명을 현지에 파견해 천연기념물 지정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드라마 제작진이 팽나무를 소재로 삼는 과정에서 문화재청에 직접 자문을 구한 적은 없지만, 해당 나무의 쓰임새와 수려한 모습을 고려하여 아직 발견하지 못한 문화유산적 가치를 조명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통상적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 위해선 전문가들이 현장조사 후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이 내려질 때 관련 보고서와 안건을 문화재위원회에 올려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조사 및 검토가 다시 이뤄지거나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과정도 거쳐야 해 시일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지만 이번 팽나무의 경우 속전속결로 결정이 이루어졌다.

그만큼 문화재 당국과 전문가들이 팽나무의 가치에 큰 이견 없이 높게 평가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화제성이 강한 나무라서가 아닌 최근 문화재란 명칭을 문화유산으로 바꾸는 등 문화유산을 통한 국민 문화 향유의 확대, 지역 활성화 등 추진키로 한 새 정부 문화재정책 기조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문화재당국은 해당 팽나무의 역사적인 가치에도 집중했다. 물론 500년(추정)에 달하는 팽나무 자체 만으로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기존의 다른 나무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규모를 자랑하지만 오랜 세월 자라오면서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팽나무는 당산목(堂山木)으로 마을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구술 증언과 사료를 통해 마을 주민들이 음력 10월 초하루마다 팽나무 옆에서 제사를 지내는 등 민속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934년 풍수해 때 마을 주민과 팽나무가 함께 나온 동아일보 보도도 있다. 이 마을 당선암의 정쌍이 주지는 “90여년 간 북부리 동부마을 당산제 전통을 계승해왔다”며 “마을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줬다”고 증언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역공동체를 유지하는 문화유산의 힘과 후손들도 향유할 수 있도록 물려줘야 할 맥락을 고려했을 때 팽나무 같은 문화제를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서 천연기념물 지정 조사에 나섰다”며 “팽나무란 자연유산에 마을 당산제라는 무형유산까지 복합적으로 결합한 가치를 높이 인정 받으면서도 역사적, 학술적, 경관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확인해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창원 북부리 팽나무는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난개발 방지와 지역관광 활성화 등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초지자체 단위의 보호수에서 국가 문화재급인 천연기념물로 승격되면 개발행위와 같은 생육에 저해되는 요소를 막을 수 있는 강제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팽나무가 낙동강을 따라 형성된 평야에 위치하고 있어 자연경관의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관광객 등 생활인구 유입에도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갑작스럽게 관광객이 대거 몰리며 훼손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이름난 장소들의 문화재나 자연경관이 파괴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팽나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가 폭발하면서 역시 구경하려는 인파들이 몰려들어 뿌리가 상했다는 주장도 제기돼 문화재청과 지역 주민들이 대책 회의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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