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8월 폭우 속에 실종된 할머니 곁을 백구가 지켜 2일 만에 구조
- 이후 건강 악화로 요양원 입원... 백구와 떨어져
지난해 김 할머니(94) 목숨을 구한 백구와 치매를 앓고 있는 김 할머니가 10개월 만에 만났다. 김 할머니의 딸 심금 순(66) 씨는 5일 “어머니가 지난해 11월 건강이 악화돼 아산의 한 요양원으로 입원했다”면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면회가 금지되어 백구와 만나지 못하다가 최근 차 안에서 20여분간 간신히 만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심 씨에 따르면 김 할머니를 만난 백구는 반가움을 주체하지 못하며 연신 꼬리를 흔들었고 할머니는 백구를 부르는 애칭인 ‘흰 새’를 연신 부르며 부둥켜안았다. 김 할머니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8월 24일 밤 11시쯤 충남 홍성군 서부면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김 할머니와 백구가 폭우 속에 집을 나선 뒤 실종되는 일이 발생했다. 인근 축사의 CCTV에 포착된 것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심 씨 등 가족들은 새벽 3시경 할머니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2시간 동안 할머니를 찾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과 마을 주민들이 수색에 나섰지만 이틀째 종적이 묘연했다. 그런 상황에서 비는 그치지 않았으며, 고령에 지병까지 있는 할머니의 발견이 늦어질수록 할머니의 생명이 위험해지고 있었다.
경찰은 육안으로 수색하기에 어려움을 겪자 열화상 탐지용 드론을 활용했다. 드론 수색을 통해 실종 40시간 만에 집에서 2km 떨어진 논두렁에서 쓰러져 있는 할머니를 간신히 구조할 수 있었다. 논에 벼들이 자라 있었고, 할머니가 쓰려져 물속에 누워 있었기 때문에 육안은 물론 드론의 열화상 탐지로도 발견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백구가 할머니 곁을 떠나지 않았고 드론이 백구의 생체 신호를 탐지해 할머니를 구조할 수 있었다.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할머니가 물속에 누워 있어 체온이 정확히 잡히지 않았는데, 옆에 있던 반려견의 체온이 높아 열화상에 잡혔다”며 “악천후에도 90대 어르신이 40여 시간 생존할 수 있었던 건 반려견이 곁을 떠나지 않은 덕분”이라고 말했다. 발견 당시 백구는 할머니 품속에서 몸을 계속 비비고 있었다. 이 때문에 할머니 체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할머니는 병원으로 옮겨져 건강을 되찾았다.
둘의 인연은 백구가 유기견으로 떠돌다 3년 전 큰 개에 물려 사경을 헤매는 것을 할머니 가족이 구해주면서 맺어졌다. 키우던 반려견이 죽은 뒤 상심이 컸던 할머니도 백구를 만나 기력을 찾았다고 한다.
충남도는 지난해 9월 이 백구를 우리나라 첫 ‘명예119구조견’과 ‘명예소방교’로 임명했다. 임명식에서 심 씨는 “유독 어머니를 잘 따랐던 백구가 은혜를 갚은 것 같아 고맙다. 가족처럼 키우겠다”고 말했다.
얼마 후 미국 CNN방송은 ‘주인의 생명을 구한 견공이 한국 최초 명예 구조견으로 선정됐다’는 제목으로 이 사건을 전하면서 “용감한 이 백구는 개가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인 이유를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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