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에 1,370원도 돌파... 급격한 상승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초"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로 처음으로 1,370원 대로 올라섰다. 전방위적인 달러화 강세에 금융당국이 개입했지만 힘을 전혀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방향성은 어쩔 수 없더라도 최근 환율의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8.8원이 오른 달러당 1,371.4원으로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종가를 기준으로 1,37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4월 1일(1379.5원)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2.4원이 오른 1,365원으로 개장한 뒤 상승 폭을 키워 11시 13분쯤 1,370원을 넘어섰다. 장중에는 1,375원까지 상승하였으나 일부 하락하여 1,371원 선에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31일부터 4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새로 작성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늘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외환시장 수급을 살펴보고 시장교란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며 구두로 개입성 발언을 했지만 달러의 강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달 말 미국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이 최근 환율 흐름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설을 통해 연준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강경한 것으로 확인되면서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한때 110.269선까지 치솟았다. 2002년 6월 19일(110.539) 이후 2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환율 상승 요인 70% 정도는 연준의 긴축 의지가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면서 “고물가는 모든 나라가 직면해 있는 현상인데, 긴축을 강하게 할 수 있는 체력이 되는 나라가 미국 정도이다 보니 다른 나라에 환율에 영향을 크게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유럽, 중국 등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달러화를 견제할 정도로 튼튼하지 못하다는 점도 문제다. 유로화, 위안화가 모두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 강세를 심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33개 도시를 봉쇄하고 나선 뒤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위안화 가치도 최근 크게 떨어졌다. 위안·달러 환율이 달러당 7위안 근처까지 상승하며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쳤다. 러시아는 최근 유럽으로 향하는 노르트스트림-1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유럽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지만, 아직 대외건전성 등은 양호하다는 것이 정부와 시장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추 부총리는 이날 “높아진 환율 수준과 달리 대외건전성 지표들은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국가 신용 위험도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7월 이후 하락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도 “과거 외환위기, 금융위기 당시의 환율 급등이 외환보유액 부족, 대외채무 비율 등 건전성의 문제였다면 이번 상승은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 등을 포함한 수익성의 문제로 볼 수 있다”며 “이는 정책의 힘으로 단기간에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뜻으로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낮아지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최근의 가파른 상승 속도는 시장 변동성을 확대하고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운다는 점에서 불안한 요소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의도적으로 강달러를 유도하는 측면이 있는데, 그럼에도 원화가 큰 폭 약세로 간다고 볼 수 있다”면서 “물가 상승 압력, 외환시장의 불안전성, 무역수지 적자 등이 악화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달러 초강세에 한국의 외환보유액도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8월 말 외환보유액은 전월 말보다 21억 8,000만달러 줄어든 4,364억 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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