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 최대 에너지 수입국 호주, 수출 제한 검토 중
- 동북아 LNG 가격 1년 새 약 3배 올라... 각국 동절기 에너지 확보 경쟁
- 산업부, 민간 가스 수급 조정명령 첫 검토...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
세계 시장에서 에너지 자원을 둘러싼 악재가 계속되면서 올겨울 가스대란 우려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 제재에 맞서 에너지 무기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고, 이 같은 공급 문제가 우리나라의 최대 가스 수입국인 호주가 수출 제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미리 에너지 확보 경쟁에 돌입했지만, 가스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가스 수입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국내의 도시가스 요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필요 물량을 조기에 확보하여 겨울철 에너지 대란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13일 투자정보업체 인베스팅 닷컴의 자료에 따르면 동북아 지역의 액화천연가서(LNG)의 가격지표인 일본·한국 가격지표(JKM) 선물 가격은 지난달 말 100만 BYU당 53.950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18.220달러)보다 약 3배가까이 올랐다.
JKM 선물가격은 글로벌 원자재 가격의 상승의 여파로 지난해 12월 말 30달러 초반으로 상승한 것에 이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올해 3월 7일 51.765달러까지 올랐다.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20달러까지 하락했으나, 6월 말 다시 상승세가 시작되어 지난달 25일에는 69.955달러까지 올랐고, 이달에 들어서는 50달러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가 유럽과 서방세계의 경제적 제재에 맞서 유럽 국가들에 제공하고 있던 가스 공급을 대폭 감축하면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은 지난달 31일부터 나흘간의 일정으로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의 정비에 나섰으나 당초 3일 정비를 마치고 다시 가스 공급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뒤집고 아예 가스공급을 막아버렸다.
더욱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7일 미국 주도의 자국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동참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가스도, 원유도, 석탄도, 휘발유도 아무것도 없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에 유럽 각국은 수입선을 다변화하며 겨울철 가스 확보 경쟁에 나섰고, 이것이 아시아 시장의 가스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한국의 최대 LNG 수입국으로 떠오른 호주가 가스 수출 제한을 검토하면서 한국 정부와 기업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산업부 산하 글로벌 공급망 분석 기관인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의 온라인 분석지 ‘글로벌 공급망 인사이트’ 25호를 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의 호주 LNG 수입액은 60억6800만달러로 전체 수입국 중 1위다. 이어 카타르(36억3100만달러), 미국(25억800만달러), 오만(23억1500만달러), 말레이시아(22억4200만달러) 등의 순이다. 지난해까지는 매년 카타르 수입액이 호주를 앞서 1위를 차지했었다.
호주는 내년도 가스 공급량이 부족해질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LNG 수출 제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로 수출이 제한될 경우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국가 간의 LNG 물량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호주 불공정거래 규제 당국인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ACCC)는 자국 동부 해안지역의 내년도 가스 공급량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내수 물량 확보와 LNG 수출 제한 조치를 정부에 공식 요청한 상태다.
산업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3월부터 조기에 동절기 대비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물량 조기 확보에 나선 만큼 올 겨울철 가스 대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수급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산업부는 현물구매·해외지분투자 물량 도입 등을 통해 필요 물량을 조기에 확보하고, LNG 대신 액화석유가스(LPG)를 일부 공급해 LNG 소비량을 줄일 계획이다.
아울러 필요시 민간 LNG 직수입사에 대한 수출입 규모·시기 등의 조정명령을 통해 수급 안정화 조처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실제로 조정명령을 내리면 이는 2008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물량을 확보해 왔고 앞으로 더 매수할 것이기 때문에 겨울철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러시아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최악의 상황에 계속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의사나라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유정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