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계열사, ‘트라우마 호소’ 시신 수습한 노동자에 다음날 출근 지시

- 현장 노동자 “2인 1조? 지켜지기 어려운게 사실, 3인 1조해야”
- SPL 공장 측 트라우마 호소한 시신 수습 현장 노동자에 다음날 ‘정상출근’ 요구

SPC 계열사의 제빵공장인 SPL에서 20대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에 대해 현장 노동자들은 ‘2인 1조’ 근무 수칙이 지켜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회사 측은 시신 수습 등을 한 현장 노동자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했지만 다음날 곧바로 정상 출근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SPC 계열사인 SPL의 경기도 평택시 소재의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 A씨는 “사고가 난 공장에서 2인 1조 근무 규칙이 지켜질 수가 없다”고 밝혔다.


▲ 출처 : 화섬식품노조

이번 사고에 변을 당한 노동자 B(23)씨는 이 회사 냉장샌드위치 라인에서 근무했다. 당시 B씨는 소스 배합작업을 위해 교반기(액체 등을 휘저어 섞기 위한 기계)를 작동하고 있었는데, 기계의 회전날에 말려 들어가면서 숨졌다. 공장 근무 메뉴얼은 해당 작업을 실시할 때 2인 1조로 하게 돼 있으나 사고 당시 동료 직원 1명은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이를 두고 A씨는 “2인 1조로 근무하게 규정해 놨지만, 기계를 만지는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명은 재료를 나르거나 주변을 정리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는 상황이 원래부터 많았다”며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다면 기계 앞을 2명이 지킬 수 있게 3인 1조 근무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를 추가로 채용해야 하고 회사에서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노동자들이 문제를 제기해도 들어주지 않았고, 결국 이번 참사가 벌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규형 화섬식품노조 SPL지회장도 이날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그는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3인 1조로 해야 했던 것인데, 회사는 비용 탓에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강 지회장은 노동자들이 하루 목표량에 치어 정신없이 일해야 하는 근무환경이 사고를 부른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하루 목표 배합량이 40개라고 한다면 무조건 채워야 했다”면서 “관리자들은 빠르게 작업하라고 독촉했고, 노동자들은 항상 과중한 업무량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이후 회사의 대처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사고 직후 교반기에 낀 B씨를 처음 꺼낸 것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기계 안을 가득 채운 소스를 퍼내고 B씨를 직접 꺼냈다. 당시 사고 현장에서는 4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함께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을 직접 수습한 노동자들 외에도 트라우마를 호소한 이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다음날 바로 현장 작업에 투입됐다.

이에 SPC 관계자는 “인원을 충원해 달라는 요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사고 발생 이후 대처에 관해서는 “사고를 수습한 노동자들은 즉시 업무에서 배제했다”며 “현재는 주변 근무 노동자들에게까지 일주일 간의 유급 휴가를 제공했다. 추가적으로 심리 치료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시민단체인 파리바게뜨공동행동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는 이날 SPL 평택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원인 조사와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예견된 사고로 20대 꽃다운 청년이 황망하게도 생을 마감했다“며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이번 중대재해에 대해 철저한 원인 조사를 통해 경영자에게 책임을 물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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