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평원 연구위원, 비대면 진료 책임 소재 지적
- “처방 문제가 없다면 환자가 제대로 이행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
비대면 진료 후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 처방에 문제가 없다면 대면진료보다 환자의 입증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비대면진료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는 비대면진료를 둘러싼 논란에서 주된 쟁점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비대면진료 관련 법안에도 관련 내용을 적시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지난 1일 발의한 비대면진료 제도화 관련 '의료법 개정안'에서 의료인은 대면진료와 동일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통신이나 장비 오류·결함이 발생하거나 환자가 자신의 건강상태 등 필요한 정보를 고의로 제공하지 않으면 책임을 면하게 했다. 의료인 과실을 입증할 명백한 근거가 없는 경우도 포함했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겼다. 환자가 의사 지시를 따르지 않아서 발생한 의료사고는 의료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법적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자칫 의사가 책임을 덮어쓸지 모른다는 의료계 우려는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비대면진료에서 발생한 의료사고는 대면진료보다 환자의 입증 책임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권오탁 연구위원은 최근 대한의료법학회 학술지 '의료법학'에 발표한 '비대면진료 실행을 위한 법적 쟁점' 논문에서 비대면진료 책임 구조를 다루며 이같이 밝혔다.
권 위원은 의사와 환자가 서로 다른 공간에서 진료가 이뤄지는 특성상, 비대면진료를 통해 의사가 판단한 진단과 처방에 문제가 없다면 환자가 이를 이행했는지가 (의료사고) 원인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고 했다.
이어 "환자의 책임은 대면진료에서도 중요한 문제지만 비대면진료에서 특히 강조돼야 한다. 비대면진료를 받는 환자는 (대면진료보다) 의사 처방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으므로 다른 진료 형식보다 치료 효과가 낮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환자는 의사와 대면하면 긴장하게 되고 따라서 자신에게 내려진 처방도 강하게 인지할 개연성이 높다. 그러나 의사와 다른 공간에서 진료를 받으면 그만큼 의사 처방에 대한 주의가 소홀해질 수 있어 환자 스스로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처방과 복약 관련 지시사항을 이행해야 한다"면서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환자는 이런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했다고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를 위해 추가 입법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권 위원은 "기존에 의료인의 책임을 다룬 법리나 민사법의 손해배상 법리 등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이고 특별히 다르게 취급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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