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단체연합, 화이자와 코로나 백신 계약서 공개 요구

- “화이자-모더나 특허 소송비용. 계약상 우리에게 전가 우려”
- “한국에도 손해배상 책임 전가 가능... 계약서 공개 요구”

화이자와 모더나 간의 코로나19 mRNA 백신 특허 침해 소송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정부가 화이자와 ‘불공정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시민단체 퍼블릭시티즌에 따르면 화이자가 9개 나라와 맺은 백신 계약서를 공개하며 ‘갑질 계약’을 맺었다고 폭로했다. 백신 계약서에는 각국에 백신을 공급하는 대신 공급 지연에 대한 책임 면제, 화이자와 합의 없는 백신 기부 금지, 백신 대금 체불 시 정부 자산 추징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백신 지적재산권에 관련한 소송, 클레임, 손실 등에 대해 화이자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에 지난 8월 모더나가 화이자, 바이오엔테크를 상대로 제기한 mRNA 백신 특허 침해 소송의 손배액이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한 국가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퍼블리시티즌은 지난달 29일 화이자 CEO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화이자가 모더나에 당한 코로나19 백신 특허침해 소송 비용을 개발도상국에 전가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에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6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백신 구매 계약에 철저히 함구했다. 유럽, 미국 등 많은 국가들이 백신 계약 일부를 공개했음에도 한국만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며 “국민의 세금을 통해 구매한 계약임에도 금액과 조건에 대해 국민들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지금 화이자가 당한 소송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계약 내용에 따라 한국에도 손해 배상의 책임이 돌아갈 수 있다”며 “이와 관련한 계약 조항이 있는지 정부는 반드시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어 “모더나와 화이자가 지난 2년간 백신으로 벌어들인 금액은 14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이적인 매출을 기록한 화이자와 모더나는 백신 특허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백신을 구매한 국가들에 떠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감염병 위기에 대비해 백신 개발에 대한 국제적 협력과 기술 공유에 나서야 한다고도 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한국은 그동안 각국 정상회담에서 스스로 백신 허브 국가를 자처했다. 하지만 기술의 공공성을 논의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지재권 조항 유예 논의에 침묵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보건기구(WHO)는 새로운 감염병에 대비해 의료기술을 공평하게 공유하기 위한 팬데믹 조약을 협의하고 있다"며 "한국은 지금이라도 WHO의 논의에 참여해 국제적 협력과 기술 공유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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