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서 4개월 체류한 후 입국... 섭시 30도 이상의 담수에서 서식
- 151명 중 단 4명만 생존... 치료제 없어 치사율 높고 진행도 빨라
- 사람 간의 전파는 안 돼
해외서 체류한 후 귀국한 뇌수막염 사망자가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뇌먹는 아메바’로 불리는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사람이 감염되면 치명적인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을 일으켜 사망에까지 이르게 되는 병원성이 아주 높은 원충이다. 국내서 확인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질병관리청은 4개월간 태국에서 체류했다가 입국해 상급종합병원에 뇌수막염 증상으로 응급이송돼 숨진 A씨(50대·남)의 검체에 대해 원인병원체 확인 검사를 수행한 결과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유전자를 검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원인병원체 확인을 위해 아메바성 뇌염 원인병원체인 3종류의 아메바 원충에 대한 유전자(18S rRNA) 검사 방식이 이뤄졌다.
지난 10일 귀국한 A씨는 저녁께 증상이 시작돼 다음 날인 11일 응급실로 이송됐고, 10일 후인 21일 사망했다. 질병청은 "A씨의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염기서열(ITS 유전자)을 분석한 결과, 기존에 해외에서 보고된 뇌수막염 환자에게 분석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유전자서열과 99.6% 일치했다"며 "유전자 검출 및 서열 일치도가 높은 것을 근거로 네글레리아 파울러리 감염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네글레리아 파울러리는 대기 온도가 섭씨 30도 이상인 지역의 담수에서 주로 서식하는 아메바로, 수영이나 물놀이 도중 코를 통해서 뇌로 유입돼 감염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뇌로 들어온 아메바는 조직을 파괴시키며, ‘원발성 아메바 뇌수막염(PAM)’이라는 질병을 유발한다. 병에 걸리는 경우는 드물긴 하지만 치료제가 없어 걸리면 치사율이 97%에 이를 정도로 사람에게 치명적이다.
증상 진행이 빠르고 치명적이어서 조기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잠복기는 짧게는 2~3일, 길게는 7~15일이다. 초기에는 두통, 정신혼미, 후각 및 상기도 증상을 보이다 점차 심한 두통, 발열, 구토 및 경부경직에 이르고 사망으로 이어진다. 사람 간 전파는 불가능한 것으로 질병청은 보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상승으로 인해 네글레리아 아메바가 서식하는 지역이 점점 북상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CDC에 의하면 1962년부터 2020년까지 151명이 네글레리아 파울러리에 감염됐고 그 중 4명만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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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