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 테크노마트에 구로경찰서 입주? 사실이었다... 3년간 임시청사로 사용

- 구로경찰서, 테크노마트로 임시청사 이사중... “수백명 들어갈 공간 찾기 쉽지 않아”
- 경찰 역사상 최초로 '대형 쇼핑몰 세입자'... '찜질방', '면세점' 임시청사로 사용하는 경찰서도

최근 온라인에서는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크 건물 외벽에 걸린 ‘5F 구로경찰서’ 펼침막 사진이 화제다. 사진 속 펼침막에는 ‘웨스턴 비즈니스(웨딩홀) 7F’, ‘가구 명품관 4층’, ‘5F 구로경찰서’가 나란히 걸려있다. 일각에서는 합성 논란이 생기기도 했지만 실제로 펼침막이 걸려 있는 것으로 확인 됐다.



구로경찰서는 올해로 지은지 40년 된 기존 경찰서 건물을 재건축하게 되면서 공사기간동안 사용할 임시 청사가 필요해졌다. 이에 3년 동안 테크노마트 5층을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구로경찰서는 경찰 역사상 최초로 ‘대형 쇼핑몰 세입자’가 됐다.

지난 26일 낮 ‘새 구로경찰서’를 찾았더니, 이삿짐을 옮기는 직원들 사이로 드릴 소리가 들려왔다. 이달 29일까지 이전 완료를 목표로 내부 공사까지 마무리하느라 분주한 분위기였다. 경찰서는 5층에 있지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5층에 내려 곧장 갈 수는 없었다. 경찰서 내부 임시 가벽을 세워놓은 탓이다. 6층까지 올라가 바닥에 표시된 화살표를 따라가 중앙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층 내려가야 비로소 경찰서 입구와 민원실이 등장했다. 민원인들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완전 미로 찾기네”, “가기가 복잡하네”라고 투덜대기도 했다.

쇼핑객들과 공존해야 하는 임시청사인 만큼 구로경찰서는 만반의 준비를 하는 중이다. 형사과로 ‘직행’하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어 조사를 받으러 온 피의자들은 테크노마트 고객과 마주칠 일이 없고, 긴급 출동 차량 3대 역시 전용 엘리베이터와 연결된 지상 주차장에 대기시키기로 했다. 유치장은 금천경찰서 유치장을 함께 쓰고 있다.

누리꾼들의 궁금증처럼 테크노마트 내 범죄 신고가 들어와도 내부 직원들이 곧장 ‘출동’할 일은 좀처럼 보기 드물 전망이다. “신고에 따른 현장 출동은 지구대·파출소 업무라서 급박한 일이 아니라면 관할 신구로지구대에서 출동할 것”이라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상생’에도 신경을 썼다. 6층에 경찰서 구내식당도 이사 올 예정이지만, 직원들만 이용할 수 있고 한 달에 하루씩 휴무를 갖기로 상인회와 협의도 했다. 테크노마트에서 음료수 판매점을 운영하는 A(52)씨는 “경찰서에 오는 사람들이 유쾌한 사람들은 아니지 않겠냐며 걱정을 하는 상인들도 있지만 치안이 좋아질 수도 있고, 대규모 직원들이 들어오는 만큼 오가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구로경찰서 직원들은 이곳에 입주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탓에 여러 불편함을 각오하고 있다. 올봄까지만 해도 마땅한 건물을 찾지 못해 관할인 구로구가 아닌 금천구에 있는 빌딩 두 곳에 나눠 들어가는 것까지 고려했으나, 내부 직원들 의견을 듣는 사이에 민간 기업에 자리를 뺏기기도 했다. 안정주 구로경찰서 경무과장은 “직원 400여명이 업무를 볼 수 있는 크기여야 하고 국가기관이 들어갈 수 있는 토지 용도인지 등을 따져봐야 하므로 임시청사를 고르는 것이 까다롭다”며 “다행히 테크노마트 한 층이 비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5층을 공공 업무 시설로 용도 변경해 들어오게 됐다”고 했다. 경찰은 불과 두달 전 테크노마트와 임시청사 계약을 마쳤다.

임시청사 구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서울 내 경찰서는 구로경찰서뿐만이 아니다. 서울 관내 경찰서 다수가 20년이 넘는 노후 건축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서울 내 31곳 경찰서 중 11곳이 재건축 단계에 있다. 이 가운데 구로경찰서를 비롯한 4곳(종암·종로·방배)이 임시청사로 이전했다. 종로경찰서는 지난 7월 옛 에스엠(SM)면세점 빌딩에 입주했고, 종암경찰서는 지난해 말 코로나19로 폐업한 찜질방 건물에 들어갔다.

임시청사를 찾는 부담 때문에 재건축 중인 경찰서의 경무과장 자리는 기피 대상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서울 시내 재건축 대상 경찰서 경무과의 한 직원은 “임시청사를 찾는 업무가 전문성과 경험이 없는 일선에 맡겨지다 보니 고충이 크다”며 “노하우가 전수될 수 있도록 시도청에 전담자가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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