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갑자기 코로나 사망자 발표 이유는? “정점 지났다고 판단”

- WHO 등 국제사회서 정확한 통계 자료 요구... 국제사회 비판 여론 의식한 듯
- 각국 검역 강화에 대한 반박 의도도 있는 듯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을 완화한 이후 사망자 수를 예고 없이 발표했다. 중국 내 코로나19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국발 입국자 검역을 강화하고 있는 주요 국가들의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확진 추세가 정점을 지나면서 향후 관련 수치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되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국무원 연방방역기구는 지난해 12월 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중국 내 의료기관이 누적 집계한 병원 내 코로나19 감염 관련 사망자 수가 5만 9,938명이라고 14일 발표했다. 발표 기준일인 12월 8일은 중국 정부가 제로코로나 정책을 사실상 포기하고 방역 기준을 일괄적으로 낮춘 ‘10가지 조치’를 발표한 날로, 그 이후 사망자 수를 집계해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표된 사망자 수에는 기저질환자 및 복합적 요인으로 인한 사망자까지 모두 집계되어 있다. 이제까지 중국 당국은 폐렴과 호흡부전 사망자만 코로나19 사망자로 집계해왔는데 사망자 규모를 축소하고 피해상황을 감추려는 것이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병원에 입원해 사망한 5만 9,938명 중 5만 4,435명(90.8%)는 기저질환자였으며 5,503명(9.2%)은 호흡부전이 원인이 되어 사망했다. 주요 기저질환은 심혈관질환, 말기종양, 뇌혈관질환, 호흡기 계통 질환, 대사 관련 질환, 신부전 등으로 알려졌다. 사망자의 평균 연령은 80.3세로 대부분이 노인이었고, 65세 이상이 90.1%를 차지했다.

중국 정부가 비교적 구체적인 사망자 현황을 갑작스럽게 발표한 이유는 중국 내 코로나19 현황을 알 수 있는 데이터를 공개·공유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과 일본,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이를 이유로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검역 조치를 일제히 강화하고 나선 것에 대응한 조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내 코로나19 방역 상황이 정점을 찍고 개선될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입원 환자수는 지난 5일 162만 5,000명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보이며 12일에는 127만 명까지 떨어졌다. 중증 입원 환자수도 같은 기간 약 12만 8,000명에서 10만 5,000명으로 줄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상황이 최악을 지나고 있다고 판단, 향후 관련 수치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당국의 발표임에도 불구하고 현지 발병 현황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보이고 있는 시선도 있다. 황옌정 미국 외교협회 국제보건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발표한 데이터와 국제 추정치(9억 명 확진, 국민 감염율 64%) 사이에 여전히 큰 격차가 있다”면서 “외부의 의심을 잠재우기는 의문이 많다”고 말했다. 영국의 의료 데이터 분석 업체인 에어피니티 역시 12월부터 1달 간 중국 내 코로나 관련 사망자가 58만 4,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저명한 바이러스 전문가인 진동옌 홍콩대 교수는 "이번 발표는 시의적절하고 투명한 코로나19 통계 공유의 첫 단계여야 할 것"이라면서 "이 밖에 일반 인구의 감염률, 노인 감염률, 병원 및 중환자실(ICU) 입원 현황 등의 중요 정보를 지속해서 공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 교수는 또한 "무엇보다 변이 바이러스 분석 결과를 공유해야 한다"면서 "중국인들과 국제사회는 중국의 코로나19 통계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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