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옥수동 강변북로 아래 쪽에 떠오른 땅이 화제다. 매일 수많은 차가 오가는 이곳에 기존에는 없던 땅이 나타난 셈인데, 실은 원래 있던 섬이 가라앉았다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1970년에만 하더라도 해당 섬의 이름은 저자도로 제법 규모가 있는 섬이었고, 사람이 거주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근 압구정 아파트를 건설하며 해당 섬의 흙을 퍼다 사용했고, 그 여파로 한강 아래 쪽으로 가라앉아 사라졌다.
그러나 최근 사라진 저자도가 5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인간이 없애버린 섬을 자연이 이를 스스로 다시 만들어낸 것이다. 섬은 철새들에게 소중한 휴식처를 제공해주고 있기도 하다.
저자도의 역사는 깊다. 원래 자연적으로 있었던 섬이기에 당연하다. 이 섬은 강 중간에 있는 섬을 뜻하는 하중도(河中島)다. 부리도(잠실), 난지도, 밤섬, 여의도 등과 같다. 역사가 깊으니 불렸던 이름도 다양했다. 옥수동 인근에 있어 ‘옥수동 섬’이라고도 불렸다. 중랑천 등 두 물이 만나는 곳이라고 해 ‘두모포’라고도 했다.
11만 8,000㎡ 규모로, 1930년대만 해도 밭과 집이 있던 섬이었다. 당연히 사람도 살았다. 1960년대엔 여름이면 물놀이를, 겨울이면 썰매를 즐기는 이들로 북적였다. 서울시민의 유원지 격이다.
그랬던 이 섬이 사라진 건 1970년이다. 부동산 건설붐이 일면서 공식 허가를 받아 건설사가 이 섬의 흙과 모래를 퍼내 바로 강 건너편에 있는 압구정 아파트 건설에 썼다. 그 뒤로 섬은 형태도 없이 사라졌다. 그로부터 50여년이 지나 다시 이 섬이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다. 사람이 없앤 섬을 자연이 스스로 복원한 셈이다. 그러자 철새가 다시 찾아들기 시작했다.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장은 “도심이지만 다양한 생물을 만날 수 있고, 탄소흡수원으로 기능한 게 습지”라며 “큰고니가 나타나는 등 상징성이 큰 만큼 다시 살아나는 저자도도 밤섬처럼 잘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오는 2일은 ‘세계 습지의 날’이다. 다양한 수생식물들과 어류, 조류에게는 서식처가 되고 홍수와 가뭄을 해결해주는 습지는 지구에 고마운 존재다. 저자도 역시 습지다. 국내에 널리 알려진 습지로는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낙동강 유역의 우포늪이 있다. 서해와 남해에 펼쳐진 갯벌들도 습지에 속한다.
저자도가 수목이 무성하게 자라고 면적을 더욱 넓혀 ‘제2의 밤섬’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10년대 초반 옥수동 주민이 모습을 감췄다 드러냈다 하는 저자도를 제대로 복원하자는 청원을 서울시에 냈지만 ‘자연 복원’하자며 무산됐다.
중랑천 물길을 가로막는 저자도를 없앨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한강과 지류에선 집중호우 피해 예방, 환경 개선 등의 이유로 강바닥의 흙을 퍼내는 준설작업이 빈번하다. 지난해에 서울시 192건의 준설작업이 있었다.
다만 서울시도 중랑천 일대가 철새보호구역인 만큼 신중한 입장이다. 실제 2016년 이후 동호대교 인근에서 진행된 준설작업은 없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저자도가 있는 곳은 수심이 깊지 않고, 강바닥에 흙이 쌓이면 중랑천 수위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준설이 일부 필요하다”면서도 “필요 시 철새 개체 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시기로 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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