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군,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첫 인정... 줄소송 이어질까

- 법원, ‘한국군 민간인 학살 의혹’ 인정하며 피해자 측에 일부 승소 판결
- 다른 피해자들 추가 소송 나설지 주목

1968년 베트남전 당시 파견됐던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 측이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이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의혹과 관련한 최초의 사법부의 판단으로, 향후 생존자와 유족들의 소송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 출처 : 한겨례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부장판사 박진수)은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사건의 피해자 응우옌티탄씨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이 사건으로 인권침해의 불법성, 피해 내용과 정도, 50년 이상 배상이 지연된 점 등을 고려해 4,000만 원의 위자료를 책정했다”며 “원고가 3,000만 100원의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에 위자료 지급을 명했다.

탄씨는 소장에서 1968년 2월 중부 꽝남성(Quang Nam) 디엔안사(Dien An xa, 읍단위) 퐁녓(Phong Nhat)과 퐁니(Phong Nhi) 마을에서 한국군이 탄씨의 가족과 마을주민 74명을 학살했다며 3,000만 1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탄씨는 당시 한국군이 집 방공호에 숨어있던 자신과 오빠, 언니, 남동생, 이모, 사촌동생 등 가족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으며, 탄씨와 오빠는 가까스로 생존했으나 나머지 5명의 가족들은 모두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비무장 민간인이었던 자신과 가족이 살상피해를 입어 위자료를 배상하라며 2020년 4월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이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묻는 첫 법적 대응이었다.

3년여간 이어진 소송에서 응우옌티탄씨와 정부는 소송요건, 소멸시효, 한국군에 의한 학살의 진위여부 등을 주된 쟁점으로 법적 다툼을 이어왔다.

재판 과정에서 한국정부는 베트남과 한미(韓美)간 약정에 따라 베트남인이 한국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게릴라전이 많았던 베트남전쟁의 특성상 정당행위였으며, 해병대의 학살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고, 52년이 지난 사건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1심에서는 대부분의 쟁점에서 탄씨 측의 주장이 인정됐다.

법원은 베트남 국민이 대한민국 법원에 낸 소송이지만 베트남과 한국 모두 내·외국인에게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는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에 한국 국가배상법을 적용할 수 있으므로 소송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했다. 본안에서는 국군이 자행한 학살 당시 상황에 대해 국군의 총격사실을 상세히 설명한 탄씨의 주장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민법상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정부 측의 주장에도 “원고에게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무렵까지도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며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019년 4월 탄씨를 포함한 베트남전 당시 학살 생존자와 유가족 103명은 진상조사 등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청와대에 제출했으나 정부가 이를 거절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이 베트남전 당시의 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인정하고, 그 배상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최초의 사법부 판단이 나오면서 탄씨 외 다른 피해자들도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더욱이 이번 법원에 의해 불법행위로 인정된 퐁니·퐁넛마을 사건 외에도 다른 베트남 지역에서의 한국군 민간인 학살 의혹들이 여러차례 있는 만큼 소송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

한국군은 1964년부터 1973년까지 베트남전쟁에서 미군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30만명 이상의 병력을 파병했다. 한베평화재단에 따르면 꽝남성 외에 빈딘성(Binh Dinh), 푸옌성(Phu Yen), 꽝응아이성(Quang Ngai) 등에서도 한국군의 학살행위가 다수 보고됐으며 이로인해 사망한 민간인은 약 9,000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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