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협의에 속도 붙던 ‘필수의료 지원대책’, 간호법으로 제동 걸리나

- 의협, 간호법 등 국회 직회부 부의에 비대위 전환결정... 보건복지부와 대화도 중단
- ‘필수의료지원관·의료인력정책과장’ 공백 길어져

윤석열 정부의 강한 의지 아래 속도를 붙여가던 보건복지부의 ‘필수의료 지원대책’이 외부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정책 추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세부 정책을 만들 대화 파트너인 대한의사협회가 간호법 등 더불어민주당의 강행 처리에 맞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면서 향후 대화가 중단될 것으로 보이고, 내부적으로도 실무를 담당할 필수의료지원관과 의료인력정책과장 공백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열린 대한의사협회의 임시대의원총회를 간호법과 의료인 면허취소법(의료법 개정안) 저지를 위해 새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하고, 본회의 직회부를 결정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강력 투쟁을 선포했다. 새 비대위가 ‘민주당을 향한 투쟁’과 필수의료 지원대책 등과 관련한 ‘정부 대화’를 따로 놓고 투쟁 중에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기로 결정하면 좋겠지만 복지부 입장에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새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 대한병원의사협의회 주신구 회장,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 등이 출사표를 던졌고 이들 외 일반 회원들도 비대위원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복지부가 현 상황을 의·정 협의체 ‘잠정 중단’일 뿐이라고 강조하면서 재개를 바라는 듯한 메시지를 계속 내고 있는 것도 비대위 전환 이 후에도 대화가 지속되길 바라는 기대를 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차전경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최근 국회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2차 회의에서 복지부가 제안한 안건도 있고 의협이 제안한 안건도 있다. 겹치는 부분도 많고 다른 부분도 있는데 (협의체가 잠정 중단된 때) 향후 논의과정에 필요한 통계, 데이터 등을 모으면서 다음 논의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 과장은 “(의료계와 논의해야 할 보건의료분야) 현안이 산적해 있다. (협의체에) 빨리 돌아와 달라. 입법예고 기간 등 (정책 추진 상황에서 정해져 있는) 일정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마냥 기다리기는 쉽지 않다”며 의협의 조속한 협의체 복귀를 요청했다.

의료계 상황과 별개로 복지부 내부적으로는 필수의료 지원대책과 직결된 실무부서 장들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것도 정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우선 필수의료 지원대책 전반을 다뤄야 하는 필수의료지원관에는 지난해 12월 30일자로 권병기 지원관이 임명됐지만 권 지원관은 임명 후 채 한달이 되기도 전인 지난 1월 26일자로 국방대 안보과정으로 파견됐다.

이에 대해 복지부 한 관계자는 "권 지원관의 국방대 파견은 임명 전에 이미 결정됐던 사안이었다"며 "복지부 입장에서는 관련 업무 경험이 있던 권 지원관을 한달 간 별도 직책 없이 대기시키는 것 보다는 지원관에 임명해 한달이라도 관련 내용을 정리하게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이라고 밝혔다.

권 지원관이 한달 남짓 역할을 수행했지만 복지부 설명대로라면 권 지원관 파견은 임명 전 이미 결정됐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제대로 된 필수의료지원관 임명은 직책 신설 후 아직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필수의료지원관 역할이 필수의료 지원대책 전반을 살피고 세부사항 추진 시 각 부서들과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는 자리임을 고려하면, 사실상 복지부 내부에서 필수의료 지원대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없었다는 의미다.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진 않았지만 의료계와 논의할 점이 많은 핵심 쟁점인 의료인력 관련 실무를 담당해야 할 ‘의료인력정책과장’이 공석인 것도 문제다. 지난해 9월 5일자로 의료인력정책과장으로 임명됐던 장재원 과장은 임명 후 6개월 만에 행정안전부(스마트복지안전공동체추진단) 파견 근무가 결정됐다.

최근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의료인력정책 담당 과장이 임명 후 채 1년도 되기 전에 타 부처로 파견되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권병기 지원관 파견과 다르게 복지부 내부 구성원들도 놀랐다는 후문이다. 복지부 한 관계자는 “장 과장 파견의 경우 복지부 내부에서도 갑작스럽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이례적”이라며 “다만 새 의료인력정책과장 임명은 조만간 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밖으로는 의료계 투쟁 분위기, 안으로는 주요 실무자 부재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필수의료 지원대책이 혼란한 상황을 넘기고 세부정책 수립과 빠른 추진이라는 본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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